뜨거운 4월을 보냈던 KT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가 첫 번째 고비를 맞이했다. 사령탑은 경기 운영 능력을 꼬집었다.
고영표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귀한 가세 전력이다. 2018시즌까지 KT의 '외로운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선수다. 10승 이상 거둔 시즌은 없지만, 경쟁력 있는 선발 투수로 인정받았다.
겨우내 좋은 기운을 뿜어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 시간 동안 마운드에 설 수 없었고, 갈증은 커졌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까지도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마침 한국 야구 레전드 투수이자, 옆구리 투수였던 이강철 감독이 사령탑으로 자리했다. 원 포인트 레슨까지 받을 수 있었다. 힘을 싣는 방법에 변화를 줬다.
순항했다. 4월 등판한 5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5월 6일 고척키움전에서도 6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다. 3승(1패)을 챙겼고, 3점(3.65)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그러나 5월 12일 수원 삼성전에서 처음으로 무너졌다. 6이닝 동안 7피안타 6실점을 기록했다. 6회까지 버텨내 선발 투수에게 요구되는 임무 중 한 가지를 잘해냈다. 그러나 실점은 많았다.
2회 초 1사 1루에서 송준석에게 허용한 우전 적시타, 3회 선두 타자 박해민과의 승부에서 허용한 좌전 안타, 4회 1사 만루에서 박해민에게 맞은 우익 선상 2타점 2루타 모두 체인지업이 통타당했다. 주무기가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3회 오재일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은 커브를 2구 연속 구사하다가 허용했다. 포심 패스트볼 승부도 적지 않았다. 체인지업 체구가 흔들린 탓에 고전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러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던 무기가 무뎌지자, 실점이 많아진 전 부정할 수 없다.
이강철 KT 감독도 이 점을 짚었다. 이 감독은 고영표가 등판한 12일 삼성전 뒤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면 삼진을 많이 잡는다. 반면에 밋밋해지면 경기 운영을 어렵게 한다.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을 때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풀어갈 필요도 있다. 그런 부분이 잘 안 됐다"라고 전했다. 주무기의 제구와 무브먼트가 어떤지 감지하고, 문제가 있으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고집을 부려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은 요행이다. 평소 이강철 감독의 성향이라면 불펜 소모를 막아준 6이닝 투구를 칭찬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영표가 체인지업을 고집하는 경기 운영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더불어 주무기가 통하지 않을 때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영표는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20일 두산전에서도 6점을 내줬다.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고전했다. 2회 1이닝 동안 대량 실점했다. 이 경기에서도 체인지업이 공략당했다. 제구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두산 타선이 타이밍을 잘 잡고 치는 모습을 보였다.
겨우내 커브를 가다듬었다. 예전보다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알고도 못 치는' 체인지업이었지만, 가끔은 밋밋해질 수 있다. 상대의 반응과 자신의 컨디션을 빨리 파악하고, 기민한 대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체인지업에 대한 심적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고영표는 26일 수원 SSG전에서 시즌 9번째(우천 노게임 포함) 선발 등판한다. SSG 타선은 올 시즌 처음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