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 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동시에 5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 지난해 10월 23일 SK전(현 SSG전 이후) 215일 만에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민병헌은 "타격보다 수비와 주루를 더 중요하게 여겼는데, 지금 모두 가능하다"라며 "아픈 뒤 돌아왔기에 올 시즌은 개인 기록에 대한 스트레스는 덜 받을 것 같다. 내가 부진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헌은 1월 말 서울대병원에서 뇌동맥류 수술을 받고 재활했다. 2019년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던 그는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이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올라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이후 민병헌은 정기검진을 통해 경과를 지속해서 추적·관찰해왔다. 결국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의 소견을 받았다. 뇌동맥류는 유전적 요소가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부진은 쉽게 밝힐 수 없었던 속사정(뇌동맥류)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09경기에서 타율 0.233, 2홈런, 23타점에 그쳤다. 프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이었다.
민병헌은 지난해 정규시즌 개막 첫 주 5경기에서 타율 0.409(22타수 9안타)를 기록하며 롯데의 2227일 만에 단독 선두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컨디션이 저하됐다. 주장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가진 그는 구단과 일부 동료에게만 이를 알린 채, 약을 먹으며 맞서 싸웠다. 개인과 팀 성적 부진으로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컸던 민병헌은 지난해 여름 2군행을 자처하기도 했으나 1군에서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시즌을 완주했다.
수술 후 복귀 시기를 예측할 수 없었다. 민병헌은 프로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스프링캠프에 불참했다. 가끔 훈련장을 찾아 동료들을 응원한 그는 예상보다 빨리 1군에 복귀했다. 이달 초부터 퓨처스(2군)리그 10경기에 나와 타율 0.429(21타수 9안타), 3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몸 상태를 고려해 출전 시간을 조절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경기가 없었던 25일 민병헌이 개인 훈련을 하러 사직구장에 나왔더라. 그와 만나 얘기했다. 몸 상태가 좋다고 들었다. 수술 이력이 있어 일주일 6경기 모두 나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는 성공한 야구 선수다. 더그아웃에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전사의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민병헌은 "나도 매 경기 출장이 어렵다고 인정하기로 했다"라며 "감독님께서 하루 출장 뒤 하루 휴식을 제안하셨다. 난 수비와 주루는 언제든 교체 출전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롯데는 현재 최하위에 처져 있다. 게다가 수장(허문회 전 감독)까지 교체됐다. 어려운 시기에 돌아온 민병헌은 "내가 돌아와 팀 분위기가 조금을 밝아졌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계속 지면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더 재미있게,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