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34·롯데)은 뇌동맥류 수술 후 1군에 복귀해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마음의 부담과 짐을 조금 덜어놓을 계획이다. 야구 외적인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에 다시 뛸 기회에 소중함을 느껴서다.
민병헌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 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5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 지난해 10월 23일 SK전(현 SSG전) 이후 215일 만에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올 시즌은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라운드를 떠나있으면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느껴서다. 수술 전에 "복귀 시기를 예상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찍 돌아왔다. 그는 "팬들의 응원 덕에 복귀 의지가 더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합류했다. 민병헌은 "기록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또 내가 부진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당장 서두르거나,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도 있었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이를 미뤘을 정도다.
그런데 민병헌은 승부욕이 강하고 악바리 기질도 있다. 타격감이 나쁘면 마지막까지 남아 실내 훈련장에서 배트를 돌렸다. 그런 그가 "야구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민병헌은 "경기력이 안 좋으면 나도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막상 경기에서 못하면 열 받아서 헬멧을 던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또 "경기 종료 후에 홀로 더 타격 연습을 하다 집으로 돌아갈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라고 했지만, 막상 경기에 뛰다 보면 새 각오는 잊고 다시 예전의 악바리 모습이 재현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당장 래리 서튼 감독은 경기가 없던 25일 민병헌이 개인 훈련을 하러 사직구장에 나온 모습에 감명했다.
그는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부진 속에 주장까지 역임했던 지난해를 떠올리며 "스트레스가 많았다. 야구가 안 되다 보니 표정이 어두웠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어느 정도는 (압박감을) 갖되 조금은 편하게 했으면 한다"라고 동료들에게도 당부했다.
민병헌은 최하위에 처진 팀 분위기를 더 밝게 만들 각오다. 그는 "내가 돌아와 팀 분위기가 조금을 밝아졌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계속 지면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더 재미있게,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서튼 감독에게도 "(선발 명단에서 빠지는 날엔) 수비와 주루는 언제든 교체로 출전할 수 있으니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사령탑에 전달했다.
민병헌은 26일 LG전 1-0으로 앞선 1회 말 2사 3루에서 '전력 질주'를 통해 1타점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민병헌답게 1군 복귀 신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