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4대 그룹 총수가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가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 자리를 갖는 건 취임 후 처음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오찬 자리의 초청 대상에는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삼성전자에서는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한 미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던 김기남 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이 44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볼 수 있다.
4대 그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 계획(170억 달러)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합작 또는 단독 투자 계획(140억 달러)을,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 및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74억 달러)을 각각 밝혔다.
4대 그룹은 ‘K배터리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4~6월 이재용 부회장, 구광모 회장, 최태원 회장을 차례로 만나며 ‘배터리 동맹’을 강화한 바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의 선점을 위해 미국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과 SK도 글로벌 ‘반도체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전방위적 경제협력을 강화한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 간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 강화, 6G·인공지능·바이오기술·양자기술 등 첨단기술 협력 강화 등이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 파트너십을 통해 오는 8월부터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4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한미 간 협력 강화를 견인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은 전할 전망이다. 또 새로운 한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지속적으로 역할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불참할 예정인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에 대한 언급을 할 것인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사면’이 정·재계의 주요 이슈인 만큼 문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태원 회장도 경제 5개 단체장 명의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를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