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기업들이 비대면 수요에 대응해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증가한 보복 소비를 겨냥해 비대면 채널을 활용, 가전 판매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홍보모델이 인공지능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인공지능 로봇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 봇 AI'의 라이브 판매 방송(이하 라방)을 진행했는데, 초도 물량이 완판될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에 "행사 당일 누적 접속자 수 26만명을 기록했다"며 "정확한 판매 수량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추가 판매를 진행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월 초에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 핏'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라이브 커머스로 선보일 계획이다"고 했다.
자사 공식 홈페이지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최소한의 마케팅 채널로 홍보를 했는데도 소비자가 몰린 것에 삼성전자도 놀란 모습이다.
향후 전용 혜택을 지원하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하는 등 온라인 채널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LG전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무인매장을 열었다. 시간 제약 없이 현장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비자가 편안하게 제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6일 문을 연 무인매장은 LG베스트샵 서울 강서본점, 인천 부평구청점, 경기 일산본점, 부산 사상본점 총 9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무인매장은 직원들이 퇴근한 이후인 오후 8시 30분부터 자정까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동일하게 운영된다.
모델들이 LG전자 무인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고객은 입구에서 QR코드를 스캔해 본인 인증을 거치면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면 매장 내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LG전자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에 접속해 검색하면 된다.
고객은 각 매장의 카카오톡 채널에서 1대 1 상담 메뉴를 통해 제품 정보, 매장 이용방법 등을 문의할 수 있다.
직원과의 대면 상담이 필요한 고객은 키오스크에서 예약하면 직원이 근무하는 시간에 다시 방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낮에 일하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다니는 직원이 없어 꼼꼼히 제품을 살펴봐도 부담이 없어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부적으로 성과를 분석한 다음 운영시간이나 적용 매장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품 자체에 차별화를 둬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사례도 있다. 최근 업계가 1인 가구를 겨냥해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창문형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2019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인 파세코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소비자가 직접 설치할 수 있게 제품을 설계했다.
간편하게 자가 설치가 가능한 '창문형 에어컨 미니'. 파세코 제공 파세코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창문형 에어컨의 설치가 어려워 사용할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해 모든 창틀에 대한 솔루션을 지원한다"며 "다양한 높이와 유형의 창문에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구 사용이 능숙한 소비자는 10~20분 만에 제품을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설치 가이드를 제대로 살펴본 뒤 제품을 선택해야 최적의 냉방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설치 환경을 고려해 파세코는 창틀을 사진으로 찍어서 직원에게 보내면 설치 가능 여부와 방법을 안내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설치비를 지불하면 전문가가 현장에 출동해 지원한다.
가전 업체들의 언택트 마케팅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인한 당연한 선택지로, 향후 더욱 차별화되고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발생 전 22%대였던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거래액 비중은 코로나19 발생 후 28.3%까지 증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소비 트렌드가 언택트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온라인 쇼핑에 특화된 서비스 및 판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