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왼손 선발 듀오'로 태극마크 가능성을 높였던 구창모(24·NC)와 최채흥(26·삼성)의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혔다.
구창모와 최채흥은 지난해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펼쳤다. 구창모는 정규시즌 15경기에 등판해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다. 후반기 부상 공백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위력적인 모습(13이닝 2자책점)으로 NC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최채흥도 한 단계 도약했다.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1승)를 따냈다. 평균자책점(3.58)은 리그 8위, 국내 선발 중에선 1위였다.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두 선수의 쾌투는 야구 대표팀에 희소식이었다. 수년째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상황. "구창모와 최채흥이 세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왼손 선발 자원으로 새롭게 자리 잡을 것"는 긍정적인 평가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실제 구창모와 최채흥은 지난 3월 발표된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왼손 투수(총 9명)로 무난히 이름을 올렸다.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구창모는 겨우내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재활 치료에 집중했다. 개막전 엔트리 등록이 불발됐고, 아직 정규시즌에 나서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시즌 중에도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6월 중 복귀를 목표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KBO 관계자는 "6월 중순 이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자칫 무리하다 부상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있어 조심스럽다. 심리적 요인으로 재활 치료가 더디게 진행되는 영향도 있어 이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채흥은 지난 3월 연습경기에서 오른 복사근이 3.5㎝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구창모와 마찬가지로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재활 치료에 전념했다. 지난달 9일에서야 1군에 '지각' 등록돼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성적이 기대 이하다. 4경기 평균자책점이 7.52(20⅓이닝 17자책점). 단 한 경기도 6이닝 이상을 책임지지 못했다. 2020시즌 3.14개였던 9이닝당 볼넷이 5.31개로 늘었다. 경기는 뛰고 있지만, 페이스가 확 올라오지 않는다. A 구단 고위 관계자는 "커리어가 많은 게 아니니까 (대표팀 승선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야구 대표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왼손 선발 자원 중 합격점을 받을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유희관(두산)은 극도로 부진하고, 차우찬(LG)은 재활 치료 중이다. 이승호(키움)는 최근 부상에서 복귀해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구창모와 최채흥의 부상, 부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