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김민규 기자 안타는 없었다. 하지만 4차례 출루했다. 자신의 강점인 '눈 야구'를 통해서다.
LG 홍창기(28)는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홈 경기에 1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팀의 8-2 승리를 견인했다.
안타 없이 활약한 비결은 공을 잘 골라내 1루를 밟는 것이었다. 홍창기는 1회 첫 타석부터 키움 선발 투수 최원태로부터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1-0으로 앞선 2회 2사 말 1루에서도 역시 볼넷으로 출루해 찬스를 연결했다. 이후 오지환 타석 때 상대 실책 속에 2-0으로 달아났고, 김현수의 볼넷에 이은 채은성의 싹쓸이 3타점 2루타가 터졌다. 이때 홍창기도 득점을 올렸다.
3회 말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난 홍창기는 6회 말 2사 2루에서도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이번에도 후속타(오지환 2타점 3루타)로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8회 말 1사 후엔 이날 네 번째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날 최종 성적은 1타수 무안타 4볼넷 2득점. 홍창기가 한 경기에 개인 최다인 4볼넷을 얻어낸 건 지난해 5월 23일 KT전 1타수 무안타 4볼넷 이후 처음이다. 이날 LG는 리드오프의 4차례 출루 덕분에 4위에서 공동 3위로 올라섰다.
안타를 치지 못한 탓에 홍창기의 시즌 타율은 0.314에서 0.312로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출루율은 0.451에서 0.459로 올랐다. 안타 없이도 4차례 출루한 덕분이다. 잠실=김민규 기자 홍창기는 5월까지 팀이 치른 올 시즌 47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그 가운데 무안타 경기가 15차례 있었다. 이 중 10경기에서는 볼넷 1개 이상을 얻어 출루했다. 즉 안타가 없어도, 특별한 강점을 살려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홍창기의 5월 출루율은 0.487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4월까지 0.429로 5위였던 그의 출루율 순위는 KT 강백호(0.493)에 이어 시즌 2위(0.459)로 올라섰다. 리드오프로서 장타율(0.424)도 높은 편. 홍창기는 시즌 출루율이 장타율보다 더 높은, 특별한 매력을 자랑한다.
홍창기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설정, 이를 벗어나는 공을 잘 참아낸다. 콘택트 능력을 앞세워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되는 공은 끊임없이 쳐 내며 투수를 괴롭혀 볼넷을 얻기도 한다.
올해 그는 벌써 지난해의 절반을 넘는 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한 지난해엔 507타석에서 83볼넷을 얻었다. 올 시즌엔 218타석 만에 42볼넷을 골랐다. 타석당 볼넷은 0.16개에서 0.19개로 더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