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레이스 리치 힐. 사진=게티이미지 불혹을 넘은 베테랑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관록의 힘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3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AL) ‘이달의 투수’에 베테랑 왼손 투수 리치 힐(41·탬파베이)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힐은 오클랜드 시절이던 2016년 5월,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7년 7월에 이어 세 번째로 이달의 투수에 선정됐다. 탬파베이 투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2019년 4월 타일러 글래스노우 이후 처음이다. 또한 힐(41세 2개월 21일)은 2009년 4월 트레버 호프먼이 41세 6개월 19일의 나이로 이 상을 받은 이후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선발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2004년 4월 로저 클레멘스(41세 8개월 28일) 이후 최고령이다.
힐은 지난겨울 탬파베이 레이스와 1년 250만 달러(27억 원) 계약을 맺었다. 4월에는 부진했다. 5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다. 그러나 5월이 되면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힐은 5월 한 달 동안 6경기에 선발 등판, 34⅔이닝을 던지며 3승 1패 평균자책점 0.78을 기록했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피안타율 0.145,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84, 9이닝당 피홈런(HR/9)은 1.11에 불과하다.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휴스턴, 오클랜드, 뉴욕 양키스 등 강팀을 상대로 거둔 성적이다. 유일한 패전이었던 지난 26일 캔자스시티 경기에서는 8이닝 동안 1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팀 득점이 터지지 않으면서 1-2로 패했다. 탬파베이는 5월 둘째 주부터 17경기에서 16승 1패를 기록했었는데, 그 1패가 5월 최고의 투수였던 힐이 패전 투수가 된 경기였다.
힐은 MLB 5월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지역언론지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1947년 이후 41세 이상의 투수가 한 달간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건 힐이 역대 네 번째다. 이전에 1948년 8월 사첼 페이지(당시 42세·클리블랜드), 1965년 8월 호이트 빌헬름(당시 43세·시카고 화이트삭스), 1991년 6월·1992년 9월 놀란 라이언(당시 44, 45세·텍사스), 2005년 5월 로저 클레멘스(당시 43세·휴스턴)가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스포츠 통계업체 ‘스태츠 바이 스태츠’에 의하면, 힐이 5월에 기록한 평균자책점 0.78은 평균자책점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 지난 1913년 이후 한 달간 최소 25이닝 이상을 던진 40세 이상의 투수의 월간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1932년 8월 에파 릭시(당시 41세·신시내티)가 기록한 0.60이며 1946년 5월 조니 니글링(당시 42세·워싱턴)이 기록한 0.64가 2위다.
지난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힐은 지난 시즌까지 통산 292경기(선발 164경기)에 출전해 67승 44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4승 2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부터 19년까지 LA 다저스 소속으로 류현진과 같이 뛰었고, 19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40세를 앞두고서도 선수 생활 연장 의지가 컸다.
한편, 내셔널리그에서는 케빈 가우스먼(샌프란시스코)이 5월의 투수로 선정됐다. 이밖에 ‘5월의 선수’는 마커스 세미엔(토론토)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가 뽑혔고, ‘5월의 구원투수’는 리암 헨드릭스(시카고 화이트삭스), 라이언 테페라(시카고 컵스), ‘5월의 루키’는 아돌리스 가르시아(텍사스)와 트레버 로저스(마이애미)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