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투르크메니스탄과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3승1무, 승점 10을 기록하며 H조 1위에 올라섰다.
2010년 12월 시리아와 친선전에 나선 후 10년이 넘도록 태극마크를 달고 뛴 손흥민의 90번째 A매치. 그는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한국은 5골이나 넣었지만 손흥민의 골은 없었다. 도움도 없었다. 1개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채 90번째 A매치는 끝났다.
하지만 포인트를 제외하고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그 어떤 경기보다 의미 깊었던 90번째 A매치였다. 우선 지난 3월 한일전 0-3 참패의 분위기를 뒤집었다. 또 2019년 고전했던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압도적 기량을 과시했다. 최종예선 진출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확신이 찾아왔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캡틴이자 정신적 지주, 상대 팀의 경계 대상 1순위,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헌신하는 등 손흥민이 가진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였다.
손흥민의 90번째 A매치 90분을 돌아본다. 전반 1분 손흥민은 첫 볼터치를 했다.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2분 첫 질주를 시도했고, 첫 파울을 만들었다. 전반 3분 아크 중앙 좋은 위치에서 한국이 프리킥을 얻자 손흥민은 첫 미소를 보였다.
11분 손흥민은 상대 파울을 유도하며 두 번째 프리킥을 얻어냈다. 14분에는 아크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찔러 넣었다. 다시 박수가 나왔다. 15분 투르크메니스탄 선수가 쓰러지자 자신이 직접 볼을 라인 밖으로 뺐다. 16분에는 첫 코너킥을 찼다.
18분에는 헛다리 드리블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박수를 받았고, 19분에는 아크 왼쪽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관중석에서는 방역 수칙을 잠시 잊은 팬의 "손흥민 파이팅!"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20분 또 한 번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29분 중앙성 부근에서 환상적인 턴을 하며 상대를 벗겨냈다. 상대는 파울로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옐로카드와 바꾼 파울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격분한 장면이다. 31분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상대 골키퍼가 쳐냈다. 35분에는 상대와 부딪혀 넘어졌다. 39분 오른발 슈팅은 옆그물을 때렸다. 이에 놀란 상대 골키퍼는 쓰러졌고, 시간을 조금 가진 후 일어났다. 43분에는 문전에서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였고, 관중의 함성이 터졌다.
한국은 전반을 2-0으로 리드했다. 전반 10분 황의조(보르도), 전반 추가시간 남태희(알 사드)가 골을 터뜨렸다.
하이라이트는 후반이었다. 후반 20초 만에 첫 터치를 한 손흥민은 후반 1분 문전으로 향하는 황의조에게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황의조는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지만 슈팅이 막혔다. 3분 수비수 3명 따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7분 다시 한 번 코너킥 키커로 나섰다.
11분 '최고의 시간'이 시작됐다. 손흥민의 코너킥이 정우영(알 사드) 헤딩 패스로 이어졌고, 김영권(감바 오사카)이 골로 연결시켰다. 김영권은 손흥민에게 다가와 함께 기뻐했다. 손흥민의 첫 번째 득점 관여 장면이다.
17분 두 번째 득점 관여가 나온다. 아크 중앙 먼거리에서 얻은 프리킥을 손흥민이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상대 골키퍼가 쳐낸 공을 권창훈(수원 삼성)이 달려들어 재차 슈팅하며 골을 성공시켰다.
피날레는 27분. 손흥민은 환상적인 볼 트래핑을 선보였다. 발로 공을 위로 찬 후 한 바퀴 돌아 다시 공을 잡으며 수비수를 제쳤다. 그리고 아크 왼쪽으로 쇄도하던 권창훈에게 킬패스를 넣었고, 권창훈은 다시 문전의 황의조에게 패스하며 팀의 다섯 번째 골을 합작했다. 손흥민의 득점 관여 세 번째 장면. '득점 관여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순간이다. 11분부터 27분까지 16분 만에 3골을 완성했다.
32분에는 김영권이 옐로 카드를 받자 심판으로 향해 항의를 했다. 44분에는 상대의 강한 파울을 당해 쓰러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손흥민은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심판들에게도 인사를 건넸고, 경기장을 돌며 팬들과 눈을 맞췄다. 이렇게 손흥민의 90번째 A매치 90분이 끝났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향해 "팀 경기력이 살아나면 개인 활약도 돋보인다. 손흥민 활약은 상당히 좋았다. 공격도 좋았고,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좋았다. 팀 적으로 볼을 뺏기는 순간 상대 역습에 대비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좋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