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5·베이징 궈안)는 자신이 왜 ‘괴물 수비수’로 불리는지 투르크메니스탄과 경기에서 다시 한번 보여줬다.
김민재는 지난 5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서 한국의 5-0 대승에 일조했다. 그는 2019년 12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출전한 대표팀 경기에서 완벽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한국은 2차 예선에서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재의 활약에 아쉬웠던 지난 3월 한일전도 또 소환됐다. '그때 김민재가 뛰었다면…'이라는 아쉬움을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이번 경기에서 느꼈을 것이다.
김민재는 최근 한국 축구를 뜨겁게 한 이적설의 중심에 있다. 바로 '유벤투스(이탈리아) 이적설'.
최근 포르투갈 'SIC 노티시아스'는 "김민재와 유벤투스가 2025년 6월까지 계약을 맺는다. 바이아웃은 4500만 유로(609억)"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칼치오 메르카토'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을 새로 영입한 유벤투스가 젊고 재능 있는 선수를 주시하고 있다. 김민재 영입에 근접했다"고 거들었다.
유벤투스라는 그 이름 하나로도 파급력이 엄청나다.
유벤투스는 1897년 창단한 이탈리아 최고 '명가'이자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다. 세리에A 36회 우승으로 압도적 1위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회 우승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축구 전설 파올로 로시를 비롯해 미셸 플라티니, 로베르토 바조, 지네딘 지단,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를 지나 현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슈퍼스타들이 뛰었던 팀이다.
이런 유벤투스가 김민재를 원한다. 최종적으로 김민재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관심을 보인 것 그 자체만으로도 김민재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민재는 7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조심스럽게 "유벤투스라는 팀이 관심을 가져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한 뒤 "하지만 유벤투스에 가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한다. 여기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럽 이적설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토트넘과 에버턴, 왓포드(이상 잉글랜드),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이상 네덜란드), 라치오(이탈리아) 등의 클럽 이적설이 돌았다. 김민재는 "지난 이야기지만 토트넘과 이야기가 되고 있을 때 살이 많이 빠졌다. 힘들었지만 유럽에 가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민재는 2017년 K리그1(1부리그)에 등장했을 때부터 주목받았다. 몸싸움과 제공력을 앞세운 압도적 수비력을 자랑했다. 그를 '탈아시아급'으로 만든 결정적 요소는 '스피드'다. 큰 덩치에도 빠른 발을 가졌기에 독보적인 수비 괴물로 발전할 수 있었다.
2017년 그의 K리그1 데뷔 팀은 '절대 1강' 전북 현대였다. 21세의 나이로 국가대표가 포진한 전북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17시즌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한 뒤 2017, 2018시즌 전북의 리그 우승 멤버로 2년 연속 K리그1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2017년 8월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고, 이후 주전 수비수로 자리를 잡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김민재가 선택한 행선지가 중국이었다. 그가 유럽 무대에서 한국 수비수의 진가를 발휘하길 기대했던 축구 팬은 그의 선택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일부 팬은 노골적으로 김민재를 비난하기도 했다.
김민재의 유럽 진출 꿈은 진행형이다.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싶다. 냉정하게 판단을 해서 팀을 결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탈 아시아급' 김민재가 유럽으로 간다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가늠할 수 없다. 그만큼 한국 축구도 성장할 기회다. 다가오는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희망도 커진다. 김민재는 부상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 팬들은 한국 대표팀이 유럽의 중앙 수비수를 가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