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대생 취업 희망 회사 1위를 다툴 정도로 사내 문화가 자유롭다고 알려져 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수직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직원들의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아있었다.
8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네이버 직원은 "인건비를 아까워하는 게 느껴진다. 팀 잘못 들어가면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고 회사를 평가했다.
또 다른 직원은 동료들의 실력과 사내 복지 제도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조직장마다 문화의 차이가 크다. 인사 관리(HR) 차원의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카카오의 직원 역시 회사 평가에 5점 만점에 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경영진이 카카오 문화와 맞지 않는다. 소통하지 않고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돼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 위반 등 부정 이슈가 연이어 쏟아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 근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원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 지도 개발을 총괄하는 임원 A 씨는 평소 모욕적인 언행과 무리한 업무 지시 등으로 계속해서 사망 직원을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소식이 전해진 뒤, A 씨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명을 비롯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까지 퍼졌다.
카카오도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돼 빈축을 샀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이 근로 감독을 시행한 결과, 주 52시간 이상 근무, 임산부의 시간 외 근무, 퇴직자 연장 근무 수당 미지급 등 6개 항목을 위반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회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에서도 높은 급여 수준보다 근무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속가능발전소가 제공하는 최근 기준 평가 지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직원 평균 연봉은 각각 8673만원, 8209만원으로, 업종 평균인 6011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높다.
그런데도 두 회사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생각만큼 길지 않다. 업종 평균(5.7년)과 비교했을 때 네이버는 5.9년으로 비슷했고, 카카오는 5년으로 7개월이 짧았다.
돈은 많이 받을지 모르지만, 오래 다닐 회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다. 업종 평균을 우습게 뛰어넘을 정도로 벌어졌다.
네이버에서는 임원이 직원보다 17.2배 많은 보수를 챙겼다. 업종 평균인 7.3배를 크게 웃돌았다. 카카오 역시 임원과 직원 간 보수 차이가 9.4배로 평균보다 높았다.
다행히 경영 투명성 지표에서는 두 곳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외이사 비율은 57.1%로 같다. 이는 업종 평균(39.3%)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은 네이버, 카카오 각각 11.5%, 14.5%로 업종 평균인 30.4%보다 낮다.
그만큼 중대한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내부인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