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4월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구성원들에게 회사 인적분할의 취지와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이 통신·투자사로 회사를 쪼개고,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거듭난다. 소액주주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가 상승을 이끌어야 하는 '믿을맨'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SK텔레콤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T신설투자(가칭, 신설회사)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일에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를 출범한다.
인사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신설회사 대표는 박정호 대표, 종속회사 대표는 유영상 MNO(이동통신) 사업대표가 유력하다.
SK텔레콤은 주주 접근성을 강화하고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주 1주당 가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을 하기로 했다.
32만8000원(10일 종가 기준)인 SK텔레콤 1주는 변경상장(존속회사) 및 재상장(신설회사)이 이뤄지는 11월 29일에 6만5600원인 5주가 된다.
여기에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6대 4의 비율로 분할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주주는 3만9360원의 종속회사 주식 5주, 2만6240원의 신설회사 주식 5주를 보유하게 된다.
액면분할은 1주당 가격이 너무 높아 매입을 망설이는 소액주주를 끌어모으는 효과가 있다.
이미 SK텔레콤은 2000년 4월 1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단행한 적이 있다.
1주당 400만원까지도 치솟은 '황제주'였다가 곧바로 30만원대로 가격이 내려갔다. 액면분할 한 달 뒤 약 14%, 두 달 뒤 약 20%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흥행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이 잇따라 1주당 가격을 하향 조정하며 진입 문턱을 낮췄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로, 2018년 5월 50대 1 비율로 액면분할해 1주당 가격이 200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높아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215만명을 돌파했으며, 미성년 주주는 5년간 90배 늘었다. 덕분에 지난 3월 주주총회장에 초등학생 주주가 엄마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두 번째 액면분할이 무조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SK그룹 안에서 '전략가' '믿을맨'으로 통하는 박정호 대표의 향후 사업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박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문가다. 2011년 현대전자가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 실무를 담당했으며, 2018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 투자 때도 일본에서 협상을 주도했다.
최근 정부가 승인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과정에서도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인적분할을 공식화한 지난 4월 이후 10% 이상 올랐다.
이미 통신 시장이 포화한 만큼, 존속회사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반도체를 비롯해 미디어, 커머스 등 신사업에 역량을 쏟는 신설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주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며 "주총 일정을 고려한 투자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