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트 가격 인상을 두고 이동통신사와 CJ ENM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넘어가게 됐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의 모바일 서비스에서도 CJ ENM이 제공하는 채널의 송출이 중단(블랙아웃)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과 CJ ENM은 올해 콘텐트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분위기가 긍정적이지 않다.
KT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고 말을 아꼈다.
협상 기일을 이미 지났지만, 아직 CJ ENM으로부터 블랙아웃 안내 공문은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은 KT에 10배에 달하는 콘텐트 가격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유플러스가 협상 테이블에서 CJ ENM과 마주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 12일부터 tvN, 엠넷, 투니버스 등 10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U+모바일tv'에서 시청할 수 없게 됐다.
이통사와 CJ ENM은 매년 콘텐트 계약을 갱신하는데, 작년까지 IPTV와 OTT를 묶어 협상했다. 그런데 올해는 CJ ENM이 달라진 OTT 위상에 맞춰 별도 계약으로 진행하고 동시에 콘텐트 가치 산정 기준을 새로 도입했다.
LG유플러스는 사전 예고 없이 콘텐트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에만 약 2.7배에 달하는 인상률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콘텐트 가치가 높아져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오랜 기간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 사안인데 갑자기 비상식적인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 4만6000원 이상 LTE 요금제 고객과 모든 5G 가입자에게 U+모바일tv를 통해 무료로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을 바라고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J ENM은 부가서비스로 콘텐트를 헐값에 쓰는 관행을 지금부터라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 과정에서 이통사가 콘텐트 가격 인상률을 공개하며 비난의 화살이 쏠리게 한 것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CJ ENM 관계자는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자사 콘텐트를 저렴하게 구매해 프로모션으로 묶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제값을 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기준 산정을 위한 데이터(가입자 현황)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쟁점은 콘텐트 가격 산정 방식이다. 양측이 인상률을 조정하려고 해도 기준이 되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CJ ENM은 이를 각 통신사가 보유한 가입자의 수로 정했다.
통신사는 CJ ENM이 경쟁 플랫폼인 '티빙'을 운영하는 만큼, 가입자 현황 공개는 핵심 정보의 유출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티빙에서만 CJ ENM의 채널을 볼 수 있도록 해 점유율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지분이 들어간 OTT '웨이브'에는 이미 CJ ENM 채널이 빠져있다.
이와 관련해 CJ ENM은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있으며, 티빙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차별 요소가 없다고 맞섰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