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하늘길이 열릴 조짐이 보이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다. 당장 정부가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기로 했고, 괌과 사이판, 유럽에서도 안전 국가에 한해 관광의 문을 개방하면서 여행업계가 오랜만에 분주한 모습이다.
1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을 겨냥해 항공권 예약을 받기 시작하고, 여행사는 여행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7월 24일부터 주 1회 사이판 노선을 운항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을 중단한 후 1년 4개 월만의 운항이다.
인천~사이판 항공기는 주 1회 토요일 오전 9시에 인천에서 출발해 오후 4시에 사이판에서 돌아오는 일정으로 운항된다.
사이판은 입국 시 미국 식품의약처(FDA)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승인한 백신 접종이 확인된 경우에는 격리가 면제돼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커지고 있는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운항 노선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도 인천~괌 노선에 대한 오는 11월 항공권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또 인천~파리 노선도 주 2회 운항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예약률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미 제주항공은 지난 8일 사이판 노선 운항을 1회 진행했고 주 1회 운항도 고려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오는 8월 12일부터 괌 노선을 주 2회 운항하기로 했고, 티웨이항공은 7월 괌과 사이판을, 에어부산은 9월 괌 노선 운항을 앞두고 항공운임과 날짜 조율 중이다.
더 분주해진 건 여행사다. 정부의 '트래블 버블' 추진에 아껴뒀던 여행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하나투어는 가장 빠르게 추석 연휴에 떠나는 유럽 여행상품을 기획전으로 내놨다. 오는 9월 17~19일 출발하는 스위스 일주 상품, 같은 달 18일 떠나는 터키 일주 상품, 동유럽·두바이·스페인 여행 등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추석연휴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유럽 여행 문의가 증가했다"며 "항공 좌석을 확보한 유럽 여행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유럽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호텔·식당·박물관 등이 운영을 재개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방역 우수 국가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행객은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거나, 출국 기준 72시간 내 발급된 PCR(유전자 증폭) 음성확인서가 있으면 스위스·프랑스·오스트리아 등을 격리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유럽 문이 열리자 노랑풍선이 지난 6일 CJ 온스타일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한 '유럽 인기 일정 3선' 묶음 상품은 1시간여 동안 5만2000명이 예약·결제를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홈쇼핑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유럽 패키지 상품은 전체 매진을 기록했다.
해외여행을 기다려온 소비자는 이런 소식이 반갑기는 하지만, 걱정도 하고 있다.
오는 10월 신혼여행을 앞둔 인 모 씨는 "백신을 맞아도 해외로 떠나는 신혼여행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황 모 씨는 "백신을 맞아도 아이 있는 가정에서는 사실 종식까지 불가능할 듯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행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코로나19 잔여 백신 예약 서비스 오픈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위메프의 해외 항공권 예약은 전주 대비 5.4배(442%) 급증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여행심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업계가 정상화되려면 2025년이 되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