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이정후(23·키움)에게 일본은 반드시 넘고 싶은 대상이다.
이정후는 어느덧 한국 야구의 '중심'이 됐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대표팀에 4회 연속 뽑혔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2017년 키움 1차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입단 첫 시즌 23세 이하 선수가 모여 구성된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이어 지난 16일 발표된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24명)에 포함됐다.
이정후는 "프리미어12 대회까진 부담감이 다소 작았다. 이번 명단을 확인하니 선배님들이 많이 빠지고, 또래들이 많이 들어와 느낌이 달랐다. 이제는 형들을 따라간다기보단 (내가) 중심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정후는 프로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일본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APBC 예선에서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치기 끝에 7-8로 졌다. 결승에선 0-7 영봉패를 당했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5-1, 3-0으로 이겼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2019 프리미어12에선 일본에 8-10, 3-5로 각각 석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상 문턱에서 고개를 떨군 APBC와 프리미어12는 일본 도쿄돔에서 개최됐다.
총 6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올림픽 야구에서 한국(B조)과 일본(A조)은 조가 다르다. 하지만 금메달을 따려면 일본은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다. 야구를 국기로 삼는 일본이 안방에서 자존심을 걸고 나선다. 이정후는 "올림픽은 단기전이고, 한 경기로 모든 게 끝날 수 있다"며 "우리가 꼭 이겨야 한다. 꼭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일본은 홈에서 열리는 만큼 반대로 부담도 크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군다나 올림픽은 가장 큰 스포츠 종합 축제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1번, 프리미어12에선 3번 타자로 주로 나섰다.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모인 만큼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올림픽은 다시 열리지 않을 수 있는 대회여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다음 올림픽에서도 유지될지 불확실하다.
이정후는 지금껏 세 차례 국제대회에서 18경기에 출전, 타율 0.355(62타수 22안타)를 기록했다. APBC와 프리미어12에서 일본전 4경기 성적은 13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개인적으로도 꼭 다시 맞붙고 싶은 투수가 있다. 오릭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1998년생 동갑내기다. 이정후는 "프리미어12에서 (25타석 동안) 삼진이 하나도 없었는데 일본과의 결승전 마지막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했다"며 "커브-포크-포크였다"라고 구종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포크볼이 시속 140㎞ 초중반에 형성될 만큼 빨랐고, 낙차도 컸다.
이정후는 "야마모토의 공이 아주 좋았다. 그때 당한 삼진의 아픔이 너무 컸다"며 "나와 야마모토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어떻게 승부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17년 데뷔한 야아모토는 올해 6승 5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일본을 대표하는 영건이 됐다. 직구 최고 시속이 158㎞에 이른다. 이정후는 "한 번 졌으니 이번엔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가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만루 박병호의 역전 3타점 적시 2루타때 홈인한 이정후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2019 프리미어12 당시의 이정후와 비교해 성장을 확신하는 것도 자신감으로 작용한다. 지난 4월 타율 0.269에 그쳤던 이정후는 어느덧 시즌 타율을 0.356(2위)으로 끌어올렸다. 5월 이후 타율은 0.419로 당당히 1위다. 홈런은 1개밖에 없지만 지난해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고 장타율(0.524)과 큰 차이가 없다. 출루율은 가장 높은 0.453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2년이 흘렀다. 그때는 순간에 집중해서 플레이를 펼쳤다면, 지금은 상황을 읽는 능력이 좋아졌다"며 "프로 5년 차가 됐다. 소속팀에서 테이블세터로 나서다가, 지금은 중심타자를 맡는 등 많은 것이 바뀌었다. 타석에서도 더 차분해졌고, 야구도 좀 더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정후는 "도쿄는 많이 찾았지만, 이번 야구장(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처음이다. 적응이 필요하다. 아버지(이종범 LG 코치)가 일본 주니치 시절 경험담을 일러주셨다. 부산 사직구장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셨다. 구장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며 "빨리 (현지로 가서) 컨디션을 맞춰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