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음성 기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클럽하우스'의 토종 버전인 카카오 '음'이 지난 8일 공개됐다. 단순히 글이나 이미지를 음성으로 대체한 수준을 벗어나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소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 앱은 구글이나 애플 앱마켓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지난 18일 오후 1시 10분경 접속한 카카오 '음'에는 약 25개의 방이 열려 있었다. 각 방의 제목 아래에는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와 프로필이 나타난다. 실제 스피커를 켜서 대화하는 사람의 프로필 옆에는 푸른색 점이 찍힌다.
적게는 1~2명, 많게는 20명까지 한 방에서 소통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연습하거나 조용히 노래만 듣는 독특한 공간도 존재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목적인 방은 따로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직접 방을 만들어봤다. 메인화면 하단 중앙의 '+' 버튼을 누르면 방을 생성할 수 있다. 친구만 초대하거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제목과 토픽을 설정하면 더 직관적으로 방을 소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토픽은 일상·음식·교육·취미 등 26개 가운데 최대 2개를 고를 수 있다.
방 개설 약 10분 뒤에 첫 손님이 왔다. 군 제대 후 복학을 준비 중인 대학생과 5분가량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는 "채팅 기능이 없어 더 소통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4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한 두 이용자가 입장했다. 성대모사와 노래가 장기인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방장을 '형님'으로 부르더니 랩을 가미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종의 콘셉트다.
절정에 다다르자 호응을 유도했고, 부족한 노래 실력으로 후렴구를 보탰다. 짧은 공연이 끝나고 응원의 인사를 나눈 뒤 또 헤어졌다.
사람이 많지 않은 방은 이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이야기가 오가고 곧바로 새로운 만남이 이어진다. 인맥을 쌓으려면 진득하게 자리 잡고 대화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신세대의 소통 방식이 어색하지만 색다르다.
방에 처음으로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청취자의 입장이다. 방장에게 요청해 스피커를 활성화하면 함께 대화할 수 있다. 반대로 방장이 청취자에게 대화 참여를 제안할 수도 있다. 현재 말하고 있는 이용자의 프로필은 깜빡거린다.
음성 품질은 네트워크 속도에 맞게 변경할 수 있다. 마치 통화하는 것처럼 끊김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부담 없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인증 시스템의 부재는 아쉽다. 익명 서비스의 특성상 매너 없는 이용자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고 기능이 있지만, 매번 대응하는 것이 번거롭다.
5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이용자는 "갑자기 들어와 괴성을 지르는 이용자도 있다. 아직 서비스 초기라 사례가 많지 않지만, 조만간 이를 걸러내는 작업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