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로켓(왼쪽)과 미란다가 두산의 안목을 증명했다. IS포토 두산은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외국인 투수들을 보유한 팀이다.
우완 투수 워커 로켓(27)은 지난주까지 등판한 12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리그 1위, 다승 공동 4위를 지켰다. 선발 투수의 안정감을 평가할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9번이나 해냈다.
좌완 투수 아리엘 미란다(32)는 13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2명이 거둔 승수(13승)가 10구단 중 가장 많다. 소속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평균자책점 부분 10위 안에 포함된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로켓은 2점 이상 내주는 경기가 드문 투수다. 지난달 5일 잠실 LG전(5실점)을 제외한 11경기는 1점 이하로 막아냈다. 시속 150㎞가 넘는 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다. 몸쪽(우타자 기준)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공으로 히팅 포인트를 흔든다. 21일 현재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땅볼(106개)을 유도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그의 이닝당 출루허용률(1.21)과 피안타율(0.246)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득점권 위기에서 피안타율 0.194, 피출루율 0.243을 기록했다. 피출루율은 규정 이닝을 채운 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낮다.
미란다는 개막 초반에는 투구 기복이 있었다. 4월 말부터 5월까지는 한 경기 호투, 한 경기 부진한 패턴이 이어졌다. 그러나 6월부터 영점을 잡았다. 최근 4경기 연속 7이닝 이상 막아내며 4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한 경기 최다 볼넷도 2개였다.
미란다는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왼손 투수다. 스플리터·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도 구사한다. 제구가 잡힌 뒤 위력이 배가됐다. 지난주까지 탈삼진(94개) 부문 1위를 지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구위는 원래 좋은 투수였다. (KBO리그) 스트라이크존 적응을 마쳤고, 투구 밸런스도 더 안정되면서 투구 내용도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두산은 최근 2년(2020~21시즌) 연속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는 KT과 재계약에 실패한 라울 알칸타라, 뉴욕 메츠 유망주 출신 크리스 플렉센을 영입했다. 2019시즌 에이스였던 조쉬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MLB) 밀워키로 이적했고, 세스 후랭코프와도 재계약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 선택은 전화위복을 만들었다. 알칸타라는 그해 20승을 거뒀고, 플렉센은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두 투수는 2020시즌 종료 뒤 해외 리그의 러브콜을 받았다. 알칸타라는 일본 리그(한신). 플렉센은 MLB 시애틀과 계약했다. 두 기둥이 뽑힌 가운데 두산은 다시 한번 구위가 좋은 투수들로 새 진영을 꾸렸다. 오프시즌에만 내부 자유계약선수(FA) 2명이 이적하며 전력이 저하된 상황. 로켓과 미란다의 연착륙은 2021시즌 성패를 좌우할 변수였다. 현재 두 투수는 리그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도 다시 한번 탁월한 안목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