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도환은 지난 2주 사이 개인 최초 기록을 세 가지나 썼다. 지난달 27일 한화전에서는 프로 입단(2003년) 19년 만에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쳤다. 7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KT가 2-0으로 앞선 6회 초 1사 만루에서 한화 투수 신정락의 시속 144㎞ 바깥쪽(우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팽팽하던 승부가 한순간에 KT로 기울었다. 허도환이 11-1 대승을 이끌었다.
이 홈런은 허도환의 데뷔 첫 2경기 연속 홈런이기도 했다. 전날(지난달 26일) 열린 한화전 2회 초 2사 1루에서 라이언 카펜터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월 홈런을 쳤다. 2경기에서 6타점. 종전 2타점을 더해 6월에만 8타점을 기록했다. 커리어 월간 최다 타점도 경신했다.
KT 주전 포수 장성우는 지난달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컨디션 난조로 인한 휴식 차원이다. 장성우는 지난해 KT 안방을 952이닝(리그 2위) 동안 지킨 KT의 버팀목. 공격 기여도도 높은 편이다. 백업 허도환이 그 공백을 완벽히 메우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그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KT는 허도환이 선발 포수로 나선 지난달 19일부터 9경기에서 7승(2패)을 거뒀다. 이 기간 KT의 평균자책점(2.57)은 10개 구단 중 1위. 배제성·소형준 등 젊은 투수뿐 아니라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의 호흡도 좋았다.
공격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달 26~27일 한화전에서만 '반짝' 활약한 게 아니다. 지난달 19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0-1로 지고 있던 7회 말 동점 적시타를 치며 KT의 4-1 승리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달 21일 KIA전 5·6회 말 공격에서는 안정감 있는 보내기 번트로 득점 기회를 열었다. KIA는 앞선 5회 초 무사 1·2루에 나선 오선우가 보내기 번트에 실패한 뒤 무득점에 그쳤다. 허도환의 작전 수행력이 더 돋보인 이유다.
SSG 소속이었던 허도환은 2019년 11월, 내야수 윤석민과 트레이드돼 KT 유니폼을 입었다. KT는 그의 다섯 번째 팀이다. 만년 백업이자 저니맨, 그리고 30대 중반을 넘긴 포수. 전력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허도환 영입 후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포수 뎁스(선수층) 강화뿐 아니라 KT가 추구하는 야구에 맞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여러 팀을 거치며 다양한 선수와 호흡한 경험이 KT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KT 이적 2년 차, 허도환은 비로소 사령탑의 말을 증명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도 프로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초여름을 보냈다. 정상을 노리는 KT에 주전 포수 장성우의 체력 관리는 매우 중요한 숙제다. 허도환이 그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