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와 애플의 밀월이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가전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것을 뛰어넘어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사업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밑그림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애플 '아이폰'의 국내 유통망을 자처하며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애플은 지난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1위 삼성전자를 추격 중이지만, 부족한 오프라인 채널이 약점으로 여겨져 왔다.
삼성전자는 전국에 600여 곳의 삼성디지털프라자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애플은 서울 강남 가로수길과 여의도에 있는 공식 매장 2곳, 전국 주요 도시 20곳에 위치한 전문 매장 프리즈비가 전부다. 이동통신 3사 대리점도 있지만 만나볼 수 있는 제품이 한정적이다.
LG전자와 손잡으면 전국 500여 곳에 달하는 LG베스트샵에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LG전자 역시 아이폰을 사용하는 젊은 고객층을 상대로 자사 가전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
애플을 향한 LG전자의 구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LG그룹 계열사 임직원몰에서 애플 기획전을 진행했다. LG 임직원몰에서 타사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황현식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애플워치'를 차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양사의 협력이 구체화하는 시점이 이달 말로 예정된 LG 스마트폰 사업 철수 시기와 맞물린다. LG전자가 지난 1일부터 시동을 건 전기차 사업과도 겹친다.
LG전자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이 합작해 출범한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하 엘지 마그나)은 현재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주식 매매와 행정 절차를 마치면 이번 달 안에는 공식적으로 사업 계획과 포부를 밝힐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은 LG전자가 스마트폰을 대신해 밀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LG전자는 모터, 인버터, 차량 충전기 등 그린사업 일부를, 마그나는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사업을 분할해 신설회사로 넘긴다. 한마디로 전기차에 주력하는 회사를 차린 것이다.
파워트레인은 전지 등에 저장된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자동차, 항공기 등을 움직이는 부품의 집합체다. 동력을 만드는 모터, 전기의 특성을 제어하는 PE(파워 일렉트로닉스),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지팩 등으로 구성된다. 내연기관차로 따지면 엔진이나 마찬가지다.
애플이 극비리에 추진 중인 전기차 사업과 가장 강력하게 연결되는 곳이 엘지 마그나다.
애플이 2024년 생산을 목표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영국 로이터통신은 유력한 협력사로 마그나를 꼽았다.
이 매체가 인용한 내부 소식통은 이미 애플과 마그나가 자동차 제조 논의를 했지만, 곧장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초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애플과 전기차 시장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소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그럴 의지가 있느냐' '그럴 능력이 있느냐'고 질문한다면 당연히 대답은 '그렇다'이다"고 답했다.
아직 애플이 어떤 형태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 파트너사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0년이 넘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까스로 전기차 리더십을 확보한 테슬라가 좋은 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바일을 교두보로 LG전자와 애플 간 파트너십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설회사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며 "아직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 특성상 프로젝트 수주 이후 양산까지의 시간을 고려해 신설회사 관련 매출이 2024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까지 연평균 50%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