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중 KT가 처음으로 LTE 망에서 완전히 분리한 '진짜 5G' 확산을 가속한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용자 차원에서 전혀 이득이 될 게 없다며 견제하고 나섰다.
KT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0'(이하 갤S20) 시리즈 단말 3종의 5G 단독모드(SA)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스마트폰 설정 메뉴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행한 뒤 재부팅하면 적용된다. 다음 달에는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 반영된다.
얼핏 보면 5G 망만 썼을 때 속도가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의 5G 비단독모드(NSA)는 5G가 LTE 대역까지 활용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LTE가 빠지면 속도가 유지되거나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5G 단독모드 서비스는 장점이 분명하다. 5G의 핵심인 초저지연을 구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통 3사는 제어 신호를 보낼 때는 LTE를,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는 5G를 활용했다. KT는 CUPS(제어·이용자 신호 분리) 기술을 적용해 제어 신호도 5G 망에서 처리한다.
고화질 영상을 빠르게 다운로드하는 초고속의 특성과 달리 초저지연은 다른 개체와 신호를 주고받을 때의 응답 속도를 대폭 줄인다. 주변 기기와 수시로 소통해야 하는 자율주행처럼 5G B2B(기업 간 거래) 모델에 적합하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신호 변경에 따른 전력 소모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갤S20 플러스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비교한 결과, SA(13시간 38분)는 NSA(12시간 32분)보다 최대 1시간 6분(8.8%) 더 오래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정확한 위치 기반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5G는 신호 도달 거리가 짧아 LTE보다 더 촘촘하게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이 경우 기지국 기반으로 더 세밀하게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KT는 관련 기관과 협업해 올 연말 더 정교한 재난 문자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KT의 5G SA 상용화를 두고 경쟁사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능 개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LTE의 대역폭을 병합해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보내는 지금의 설계를 벗어나면 속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A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검토하고 있다"며 "속도 이슈를 해소할 수 있는 차세대 SA인 '옵션4'를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KT는 5G 코어망과 기지국만 사용하는 '옵션2' 방식이다. SK텔레콤은 5G 망을 주로 가져가되 LTE 망을 속도 상승과 백업 용도로 결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LTE는 '옵션1', 지금처럼 LTE가 필수인 5G NSA는 '옵션3'로 분류된다.
KT는 지금까지 연동 테스트를 한 결과 속도 저하 염려는 없으며, 5G 통신이 끊겨도 LTE로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NSA만 집중한 경쟁사와 달리, 5G 상용화 초기부터 SA를 준비해 속도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5G 기술 발전에 따라 NSA는 필연적으로 SA로 전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마트팩토리, 실감형 콘텐트 등 용도에 따라 망을 분리해 안정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도 SA 없이는 안된다"고 했다.
KT가 '최초 타이틀'에 집착해 무리한 마케팅을 펼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5G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사업에서 곧장 수익이 나지 않아 비즈니스 모델부터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눈에 띄는 속도 변화가 없어 시장 수요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상황을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향후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SA 도입 계획을 묻자 "옵션2와 옵션4 모두 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G 서비스 속도는 시장점유율 순위와 마찬가지 양상을 띠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5G 통신 품질 보고서에 따르면, 5G 다운로드 속도는 시장점유율 1위 SK텔레콤이 795.57Mbps로 가장 빨랐다. 2위 KT는 667.48Mbps, 3위 LG유플러스는 608.49Mbps로 뒤를 이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