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대표팀이 적응 훈련을 시작한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은 정말 뜨거웠다. 열화상 카메라에는 더울수록 빨간색이 진하게 보이는데,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기는 지점이 태양처럼 붉었다.
20일 도쿄 예상 기온은 최고 33도. 체감 온도는 38도 정도였다. 순간적으로는 40도 가까이 나왔다. 셔츠가 땀에 흠뻑 젖었다. 햇살이 정수리에 직각으로 꽂히는 느낌이다. 셔터를 누르는 손에는 소금기가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물로 계속 씻어내야 했다. 여자대표팀 안산(20)은 머리 위에 얼음 주머니를 올리기도 했다.
매립지에 세워진 유메노시마 양궁장은 도쿄만(灣) 바로 옆에 있다. 보통 바닷가 옆에 있으면 해풍이 불어 습도가 높다. 그런데 이곳의 바닷바람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좌우로 부는 바람도 생각보다는 약한 편이었다. 해안가 특유의 습한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 정도였다. 물론 오전이라서, 아니면 이날만 그럴 수도 있다.
남자대표팀 오진혁은 “2년 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프레 올림픽 때보다 바람이 좀 더 분다. 그래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바람이다. 바람이 없다면 더 고득점을 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순 총감독도 스탠드에 올라가 바람을 세심하게 살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5월, 도쿄만과 유사한 환경이라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특별 훈련을 했다. 도쿄 양궁장과 비슷한 풍향과 햇빛, 안개 속에서 훈련했다. 직접 와보니 바닷바람보다 무더위가 더 큰 변수 같아 보였다.
그래도 양궁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최종병기 활’ 아니던가.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일이 ‘한국 양궁 걱정’이다. 여자대표팀 강채영(25)과 장민희(22)는 계속해서 “꺄르르~ 꺄르르~” 웃었다. 얼굴에 선크림을 바를 때부터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의 촬영 요청도 즐겁게 받아줬다. 강채영은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V’ 표시도 했다. 대표팀은 전날 도착했는데도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다들 자신감이 충만한 것 같다.
여자대표팀 안산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는 심박수 측정 때 가장 변화가 없는 강심장이라고 한다. 맏형 오진혁(40)은 유난히 오랫동안 활시위를 당겼다. 미러 선글라스를 쓰고 계속해서 연습했다. 대표팀은 이날 오전 예선 경기장에서 훈련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까만판에 쏘고, 이후 거리가 꽤 있는 과녁판을 정조준했다.
지난 19일 AP통신은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 10개을 딸 거로 예상했다. 그중 양궁에서 4개가 쏟아진다고 전망했다. 남녀 단체전과 혼성전, 여자 개인전(강채영)의 ‘금빛 활시위’를 점쳤다. 남자 개인전에서만 브래디 앨리슨(미국)이 김우진을 2위로 밀어낼 것으로 내다봤다.
AP통신의 예측이 틀릴지도 모른다. 한국 양궁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그게 성공한다면 금메달 5개다. 양궁은 23일 랭킹라운드를 시작한다. 24일에는 도쿄올림픽에 신설된 혼성 단체전 금메달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