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후 첫 파업을 막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쿄행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요구에 응하는 등 노사의 상생 기조를 재확인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노사가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 도출로 한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오는 24일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도쿄로 넘어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양궁대표팀을 격려하는 일정이 있었다. 만약 내부 단속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대표팀을 찾아갔다면 모양새가 안 좋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정 회장은 20일 17번의 교섭 끝에 노사가 임단협에 합의함에 따라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도쿄로 향하게 됐다. 이로써 노사가 합심해 품질 경쟁력을 높여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하기 위한 공동 목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출장 중인 그는 24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리는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대표팀을 격려할 예정이고, 이날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 첫 금메달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무상주 5주·20만 포인트(20만원 상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2차 제시안보다 기본금 2만원, 성과금 100%에 격려금도 30만원 등이 더 늘어난 조건이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수령액이 20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사측에 소통 불만을 제기했던 MZ세대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조항들이 돋보인다. 대리급 연구직 및 사무직을 위한 직급수당(월 4만5000원) 신설을 비롯해 결혼 경조금을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100만원(기존 근속연수별 30만~50만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출산 축하금도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렸다.
입사 후 첫 차 구매할 땐 조건 없이 20%(신입사원 기존 10% 할인)를 깎아주기로 했다. 또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프로그램으로 입사 후 대출을 갚고 있는 MZ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이와 달리 노조가 고수해왔던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의 노조 요구 내용은 빠졌다. 노조는 27일 전체 조합원 대상으로 합의안 관련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가결되면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