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과 이소영이 21일 일본 도쿄 아레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V리그를 평정한 이소영(27)이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한 번도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에서 45년 만에 메달 획득을 노린다. 동시에 대표팀 세대교체를 위한 초석도 닦는다.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 10년 넘게 대표팀을 이끌어온 주축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삼고 있다.
레프트 이소영은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이끌어 갈 대표 주자다. 그는 2020~21 V리그에서 소속팀이었던 GS칼텍스의 3관왕(KOVO컵·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을 이끌었다. 정규시즌에서는 흥국생명 소속으로 뛰었던 김연경에 이어 국내 선수 공격종합 2위(41.66%)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2016 리우올림픽은 이소영에게 아픈 기억이다. 한국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딴 예선전까지는 그도 대표팀 일원이었다. 그러나 최종명단(12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주 포지션(레프트)에는 김연경이 버티고 있었고, 백업 역할은 이재영에게 밀렸다.
이소영은 지난 2월 "(리우 대회에서는) 예선만 뛰고 본선은 나서지 못했다"라며 5년 전 기억을 돌아본 뒤 "대표팀이 선발되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꼭 출전 기회를 잡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고, KGC인삼공사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몸값(6억원)을 받는 선수로 올라섰다. 지난 5일 발표된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 에이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에서도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전망이다. 김연경의 공격점유율 낮추면서도 득점력을 높여야 한다. 이번 대회 성패를 좌우할 변수다. 그래서 이소영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연경이 후위에 있거나, 서브가 집중되며 오픈 공격 기회를 잡기 힘들 때는 이소영이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효과가 좋으면 김연경도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다. 이소영은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리시브 효율 5위(41.82%)에 오르며 발군의 수비력도 증명한 선수. 주전 리베로와 서브 리시브를 나눠 맡는 역할도 해줘야 한다.
이소영은 이미 도쿄올림픽 전초전으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김연경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했다. 이탈리아전에서는 팀 내 최다 득점(20점), 벨기에전에서는 23득점 하며 김연경과 50점을 합작했다. 당시 VNL 홈페이지는 "이소영이 한국의 공격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VNL 개막 전부터 이소영을 향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제 진짜 무대에 오른다. 이소영이 자신의 '롤모델' 김연경과 함께 한국 여자 배구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