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 세계 3위 레깅스 소비국이 될 정도로 레깅스가 인기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 레깅스 브랜드인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스믹스와 에코마케팅의 안다르는 인기 색상과 사이즈가 품절되는 경우가 잦고, 배송도 터무니없이 느려서다. 일부에서는 "일종의 마케팅 방법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주요 사이즈는 항상 품절?
A 씨는 지난달 초 안다르에서 레깅스를 구매하려다 포기했다.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가 대부분 품절이어서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바꿔 젝시믹스 홈페이지에도 가봤으나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무난한 색의 55~66치수는 다 팔린 상태였다.
A 씨는 "지난해부터 레깅스를 구매하려고 안다르와 젝시믹스 사이트를 자주 찾았다. 그런데 검은색이나 네이비, 그레이 톤의 55~66치수는 항상 매진이었다. 보통 열흘은 기다리라고 하더라"며 "무슨 마케팅 수법인가 싶기도 하고, 기다리기 힘들어서 포기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또 다른 소비자 B 씨는 최근 안다르에서 원하는 레깅스를 구매하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품절이었다. 지금 휴가철이고 연일 무더위가 기승 아닌가. 상대적으로 레깅스를 사는 소비자가 적은 비수기여서 그나마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잦은 품절로 인한 고객 불만은 업체들도 잘 알고 있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27일 "일부러 품절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초도 물량이 몇 시간 안에 동이 날 정도로 잘 나가다 보니 품절이 잦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품절에 대한 고객의 컴플레인이 자주 접수돼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요즘 여름 시즌이라 화려한 색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자주 품절이 되던 인기 품목에 대해 물량이 확보된 상태다"고 했다.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잦은 품절로 소비자의 정상적인 제품 구매가 어려운 데도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더 주는 '1+1' 행사 등 사실상 1년 내내 세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다르는 지난달 론칭 6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했다. 이어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20일부터 '썸머 세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최고 70%까지 세일 행사를 열고 있다. 안다르만큼 잦지는 않으나, 젝시믹스도 각종 할인 행사를 자주 연다.
소비자단체는 잦은 세일이 결국 마케팅 수법이라고 꼬집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1+1이나 쿠폰, 세일은 결국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판매 전략이다. 나름대로 손익계산서를 뽑은 결과 이런 행사를 할 때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 1+1 가격은 한 개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준다는 개념이 아닌 사실상 원 가격에 가까운 제품을 2개씩 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1+1행사나 세일과 쿠폰 발행을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에 있다. 이제 고객들도 싸거나 할인을 한다고 사지 않고 제품력과 디자인을 고려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배송 늦는 안다르…에코시스템 물류 체계 지적도
일부 고객은 마케팅 방식보다 늦은 배송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올해 에코마케팅으로 주인이 바뀐 안다르가 대표적이다.
자신을 안다르 충성 고객이었다고 밝힌 C 씨는 28일 본지에 "최근 1년 사이 150만원 상당의 안다르 제품을 구매했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등 굵직한 세일 행사 때 제품을 구매해도 3~4일이면 배송이 완료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갑자기 배송이 늘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 씨는 안다르 측이 제품 확보도 하지 못했으면서 "다 준비됐다" "포장 완료됐다"고 안내하는 등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월 경 제품을 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이 오지 않았다. 카카오톡으로 질문도 하고, CS(고객만족) 팀에 전화해도 '곧 보낸다'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배송도 시작하지 않았으면서 배송 현황판에 운송장 번호까지 써놨더라"고 말했다.
결국 C 씨는 한 달을 기다린 후에도 제품을 받지 못했고 환불 절차를 밟았다. 그는 "나는 이제 안다르는 보지도 않는다. 젝시믹스로 갈아탔다"며 "마케팅사가 안다르를 인수했다고 들었는데, 마케팅만 신경 쓰느라 물류 파악은 하지 않는가 보다"고 말했다.
비단 C 씨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안다르 배송'이라고 검색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지연되는 배송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글이 적지 않다.
본지는 안다르 측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보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