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이 도쿄에 도착해 남긴 말이다. 김 감독은 대표팀이 처음 소집된 17일에도 “대회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유가 있는 경계심이다.
한국은 29일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은 13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야구의 ‘디펜딩챔피언’이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첫 상대 이스라엘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24위다. 한국(3위)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야구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종목이다. 그래서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스라엘을 경계했다.
그럴 만한 기억이 있다. 한국은 2017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1차전에서 1-2로 졌다. 이른바 ‘고척 참사’로 기억되는 패배. 이대호·손아섭·양의지 등 당시 KBO리그 최고 타자들이 나섰지만, 생소한 이스라엘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했다. 김 감독은 “그때 이스라엘전은 당황하다가 진 경기”라고 돌아봤다.
이스라엘은 객관적인 전력도 만만치 않은 팀이다. AP통신은 올림픽 야구 메달권 국가를 전망하며 일본, 미국, 이스라엘을 꼽았다. 4년 전 한국에 패배를 안긴 WBC 출전 멤버가 이번에도 대거 출전한다. WBC에서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된 조시 자이드가 대표적이다. 연장 10회 초 2사 1·3루에서 임창용(은퇴)으로부터 결승 내야 안타를 친 스캇 버챔도 있다. 이스라엘 마운드를 이끈 포수 라이언 라반웨이도 이름을 올렸다.
또 메이저리그(MLB)에서만 1888경기에 출전하며 통산 1999안타를 남긴 내야수 이안 킨슬러 같은 스타도 있다. 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올림픽을 위해 배트를 다시 잡았다. 유대계인 그는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했고, 미국 독립리그에 입단해 실전 감각도 끌어올렸다.
MLB 864경기를 뛰며 96홈런을 기록한 외야수 대니 발렌시아도 경계 대상이다.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20대 오른손 투수 잭 바이스와 왼손 투수 제이크 피시먼도 주목해야 한다. 에릭 홀츠 이스라엘 대표팀 감독은 “어떤 팀을 만나든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여유를 부렸다.
반면 도전자 같은 챔피언 한국은 끝까지 신중한 자세다. 김 감독은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로 대표팀 에이스 원태인(21)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