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 장타자들의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 "타선이 실전 감각을 회복할 때까지 마운드가 버텨줘야 한다."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이 도쿄올림픽 출정식이 진행된 지난달 25일 남긴 말이다. 객관적인 전력은 마운드보다 타선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보다 리그가 빨리 중단된 탓에 타자들의 경기 감각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평가전이 아닌 본 무대에서 몇 경기를 더 치러야 타자들이 제 실력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사이 투수진이 버텨야 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그랬다. 대표팀은 예선 첫 경기였던 29일 이스라엘전, 31일 미국전 모두 타선이 침체됐다. 정규이닝에서 5득점 이상 기록하지 못했다. 1일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도 8회까지 1-3으로 끌려가다가 간신히 박해민과 이정후 그리고 김현수의 적시타로 역전승을 거뒀다.
네 번째 경기였던 2일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에서 비로소 화력이 살아났다. 한국은 18안타를 몰아치며 11득점 했다. 11-1로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5회만 7득점 하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타격감 회복이 가장 반가운 선수는 강백호였다. 이스라엘과의 첫 승부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그는 이날 4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1회 말 선취점 발판을 만드는 중전 안타를 쳤고, 3-0으로 앞선 1사 1·2루에서도 좌전 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한국이 빅이닝을 만든 5회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강백호는 전반기 타율 0.395를 기록하며 독보적 레이스를 보여줬고, 타선 핵심 선수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승엽·이대호·박병호가 이어온 국가대표팀 4번 타자 계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에서 나선 첫 두 경기는 무안타에 그쳤다. 리그에서 보여준 호쾌한 스윙은 여전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좌전 2루타를 치며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이후 침묵했다. 한국이 2-3으로 뒤진 9회 말은 초구를 건드려 2루 땅볼에 그쳤다. 성급한 승부였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배트 스윙은 날카로워졌고, 이스라엘전에서 완전히 부진을 털어냈다.
강백호가 이스라엘전에서 4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게티이미지 강백호만큼 반등이 절실했던 선수는 오재일이다.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거포 1루수. 그러나 그도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삼지만 3개 당했다. 한국이 1-3으로 지고 있던 8회 말, 출루가 절실했지만, 상대 투수 호세 디아즈에게 삼진을 당했다. 바깥쪽(좌타자 기준)으로 빠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오재일도 이스라엘전에서 반등했다. 2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를 쳤다. 오지환의 투런 홈런이 나왔을 때 득점까지 했다. 5회도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하며 득점 발판을 만들었다.
현재 가장 타격감이 좋은 타자는 오지환과 박해민이다. 이정후와 김현수도 클러치 능력이 좋다. 이런 상황에서 강백호와 오재일,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들까지 살아났다.
한국은 오는 4일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미국을 꺾은 일본과 준결승을 치른다. 이번 대회 첫 한일전.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부진했던 장타자들이 침체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야구 대표팀을 향한 우려가 조금씩 걷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