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의 상징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은 10년 전에도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만큼 관심은 받지 못했다.
김연경은 2011년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나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부심을 느끼고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박지성, 기성용 등은 유럽챔피언스리그 선발로만 나와도 모든 게 뉴스가 되는데 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선발로 나와 양 팀 최고득점을 해도 한국에서 아는 사람은 팬밖에 없다"라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2005~06 데뷔 시즌부터 신인왕,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를 석권한 김연경은 V-리그 정복 후 2009년 일본 진출로 해외 무대를 밟았다. 이후 2011년 터키 리그의 명문팀 페네르바체로 이적했다. 그러나 당시 배구는 비인기 종목으로 김연경의 출중한 실력에 비해 많은 조명이 따르지 않았다.
이에 김연경은 "물론 축구나 야구처럼 그 정도의 관심을 가져달라는 건 아니지만 내가 지금 터키 리그에서 열심히 한국을 알리고 열심히 뛰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나한테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적었다.
김연경의 애국심은 세계 최고다. 그는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호대에 항상 태극기를 붙인다. 해외에서 뛰다 보면 애국심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광복절에 열린 한 경기에서는 일본 브랜드 신발 위에 '대한독립만세'라는 글을 쓰고 경기에 임했다.
2011년의 김연경은 "내가 바라는 건 조금의 관심이다. 이런 부분이 너무 안타깝고 가끔은 이런 현실이 슬프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연경은 2020~21시즌 11년 만에 V-리그로 복귀했다. 세계적 스타의 국내 복귀로 여자배구를 향한 관심은 높아졌다. 김연경의 국내 복귀에는 '국가대표'라는 이유가 있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고 싶었다.
관심을 원했던 김연경의 바람은 10년 뒤 완벽하게 이뤄졌다. 지난 4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한국과 터키의 8강전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 실시간 동시 접속자 140만 명(누적 720만)이 기록됐다. 이는 평일 오전 9시 경기이기에 더욱 놀랍다.
김연경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경기 후 국제배구연맹(FIVB)은 운영 중인 공식 인스타그램 '발리볼 월드'를 통해 "우린 이미 수없이 이야기했다. 김연경은 10억명 중 단 한 명밖에 없는 선수다"라며 극찬했다. 수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4강 무대를 밟은 한국은 오는 6일 오후 9시 브라질과 준결승을 치른다. 이 경기 승리 시, 한국 여자배구는 여자배구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무려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확보할 수 있다.
김연경은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 강조해왔다. 한국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원팀'이 되어 투혼을 펼치고 있다. 10년 전 부족했던 응원을 더해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