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결정전' 대한민국 vs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에서 8회초 투수 오승환이 폭투와 적시타로 역전을 허용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홈베이스를 바라보고 있다. 2021.08.07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S 마지막에 대표팀에 승선한 '맏형' 오승환(39)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한참동안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평소 '돌부처'로 불린 그였지만, 이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을 정도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끝판대장'이 올림픽 무대에서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10으로 졌다. 승자 준결승(일본), 패자 준결승(미국)에 이어 동메달 결정전까지 3연패를 당한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3승4패 부진 속에 노메달로 마쳤다.
6-5로 앞선 8회 초 조기 투입된 마무리 오승환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웃카운트 한 개를 올리는 동안 4피안타(1피홈런) 5실점을 했다. 추격의지가 꺾인 대표팀은 역전에 실패했다.
오승환은 경기 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래서…"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역전을 허용했고, 동메달을 획득할 경우 후배 7명이 받을 수 있는 병역 혜택이 무산된 데 따른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이번에 한현희(키움)가 술자리 파문으로 논란 속에 자진 하차하면서 뒤늦게 합류했다.
올해 정규시즌 세이브 부문 1위(27개), 5월 이후 평균자책점 1.30의 짠물 피칭을 이어가면서 대체 선수로 뽑혔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고, 1~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08 베이징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샀다. 대표팀에서 호출하면 언제든 달려왔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의 경험을 믿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이로 마흔인 오승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시작'과 '끝'이 안 좋았다. 7월 29일 이스라엘과 예선 첫 경기에서 한 점 차로 앞선 9회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마지막 동메달결정전에서도 무너졌다.
오승환은 "결과가 안 좋았다. 선수들이 분해하는 게 있고 나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힘들겠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더 발전할 거라고 믿는다"라며 "(더 이상) 뭐라고 말씀드리기 힘들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 이번이 대표팀에서 마지막 생활이었다. 그는 "(대표팀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얘길 선수들과 했고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는데 지금 너무 힘들다"며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하자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니 힘들다. 죄송한 마음밖에 없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