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와 박경수의 후계자들이 벌이는 경쟁이 주목된다. [IS포토] KT 2루수 경쟁에 불이 붙었다.
KT는 트레이드 마감을 앞둔 지난달 31일 롯데에 유망주 우완 사이드암 투수 이강준(20)을 내주고, 주전급 내야수 오윤석(29)과 포수 김준태(27)를 영입했다. 이숭용 KT 단장은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오윤석이 뎁스(선수층)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오윤석은 지난 1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KT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 출전에 나섰다. 3타석에 나서 볼넷 2개를 얻어내며 멀티 출루를 해냈다. 3회 초에는 키움 에이스 에릭 요키시의 낮은 체인지업을 잘 골라내며 볼넷을 얻어낸 뒤 이 경기 선취 득점도 기록했다.
오윤석은 타격 능력이 좋은 내야수다. 2014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그는 2019년까지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1.5군 선수였지만, 지난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긴 무명 생활을 청산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이 시즌 막판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기회를 얻은 뒤 타율 0.298를 기록했다. 10월 4일 한화전에서는 KBO리그 역대 통산 27번째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 소속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 육성선수 출신으로는 2017년 4월 서건창(LG)에 이어 두 번째로 대기록을 달성한 선수로 남았다.
오윤석은 주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KT 내야진도 탄탄해졌다. 당장 주전 2루수를 두고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2015년부터 이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박경수(37)의 퍼포먼스가 예전만 못하다. 올 시즌 출전한 64경기에서 타율 0.175·6홈런에 그쳤다. 4월 중순에는 허리, 6월 말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전력도 있다.
롯데에서 KT오 이적한 오윤석. [IS포토] 박경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여러 내야수가 기회를 얻었다. 신본기(32), 강민국(29) 등 기존 백업부터 2년 차 천성호(24)와 대졸 신인 권동진(23)까지 두루 출전했다. 황재균이 코뼈 골절상으로 이탈했던 4월 말 혜성처럼 등장해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김병희(31)도 있다.
아직 '차기' 주전을 예약한 선수는 없다. 대체로 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윤석이 가세했다.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주전 박경수도 자리 수성을 노린다. 11일 키움전에서는 6월 30일 이후 8경기 만에 선발 출전,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12일 키움전도 선발로 나서 멀티 히트를 쳤다.
11일 기준으로 KT 1군 엔트리에 내야수는 8명이다. 선발 투수 몇 명이 빠진 상황이라, 2군으로 내려갈 선수가 몇 명 있다. 확실한 건 강백호(1루수)·심우준(유격수)·황재균(3루수)을 제외한 내야수는 모두 주전 2루수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KT는 어차피 우리 나이로 38살인 박경수의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박경수의 재계약 여부와 관계 없이 말이다. 경쟁 체제로 시즌 막판 레이스에 임할 수는 없다. 8·9월에 유독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매 경기 쇼케이스다. KT는 경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