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무사 2루 박병호가 1루 파울플라이로 물러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6.15/ 백약이 무효하다. 키움 간판타자 박병호(35)의 부진이 심각하다.
올 시즌 '타자' 박병호의 위압감은 제로에 가깝다. 그는 KBO리그 홈런왕을 통산 다섯 번(2012~15, 2019)이나 차지한 거포이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홈런 타자다. 개인 통산 홈런이 무려 319개. 하지만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몰라볼 정도로 크게 떨어졌다. 투수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지 않다.
25일까지 기록한 RC/27이 고작 5.06이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 타자의 생산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올해는 12.78을 기록 중인 강백호(KT)가 1위. 리그 평균은 5.97이다. 5.06은 규정타석을 채운 49명 중 33위.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심 타자 중 수치가 가장 낮다. 2018년 13.20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오른 적도 있지만 지난해 5.59에 이어 올 시즌엔 5점대 저지선까지 위태롭다. 2년 사이에 수치가 반 토막 났다.
타율 관리도 전혀 되지 않는다. 박병호는 25일까지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4(245타수 55안타)를 기록했다. 규정타석 49명 중 48위. 삼성 김상수(0.216)에만 간신히 앞서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는 건 더 큰 문제다. 박병호는 2018년 타율 0.345로 고점을 찍은 뒤 2019년 0.280에 이어 지난해 0.223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올 시즌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통산 타율이 0.280이라는 걸 고려하면 '에이징 커브'에 따른 기량 저하 가능성도 높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비롯한 공격 세부지표에도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삼진은 계속 쌓인다. 296타석에서 삼진 80개가 누적돼 타석당 삼진(KK/PA)이 0.27개로 애런 알테어(NC)와 함께 리그 1위다. 공격 부진은 수비 불안으로 연결돼 벌써 실책 5개(지난해 6개)를 저질렀다. 2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1회 런다운 수비에서 2루수 송구를 받지 못해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타석에서는 6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병살타를 기록해 고개를 숙였다.
박병호는 4월 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구단 공식 발표는 허리 뭉침으로 인한 부상. 하지만 타격 슬럼프에 따른 조정으로 비쳤다. 당시 홍원기 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번 타자로 큰 타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부진의) 원인은 심리적인 게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1군 복귀 후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키움은 박병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팀 내 최고액인 연봉 15억원을 받는 핵심 선수. 최근 이정후가 옆구리 부상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정후의 복귀 시점도 불명확해 더 큰 어려움에 빠졌다. 하지만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