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26일 LG전자 본사 인사담당 책임자였던 계열사 전무 박모씨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LG전자 관계자 7명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1000만원을 선고했다.
박 씨 등은 2013∼2015년 LG전자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이 회사 임원 아들 등을 부정 합격시켜 회사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이들은 이른바 '관리대상자'에 해당하는 응시자 2명이 각각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 전형에 불합격하자 결과를 합격으로 바꾸고, 최종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기업의 채용 재량의 범위를 넘어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평가돼 유죄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박 씨에 대해 “채용 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허물어 사회적으로 큰 허탈감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유력 인사의 채용 청탁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관리대상(GD) 리스트' 문건을 작성하며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지난달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유력인사의 채용 청탁을 관리했고 그에 따라 채용된 인원이 100명에 육박한다면 이는 현대판 음서제로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라며 LG전자 이사회에 부정채용 의혹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LG전자 변호인 측은 “일반적 채용 비리와 달리 순위조작이 없고 정해진 채용 인원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2013~2015년 LG전자 한국영업본부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던 임직원이 특혜 채용할 명단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지난해 관련 LG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채점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20년 10월 기소의견을 달아 LG전자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 중 8명을 벌금 500만∼1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혐의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해 법원에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 등을 청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법원은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며 정식 재판에 회부해 심리한 뒤 일부 피고인에게는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LG전자는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회의 인식 변화, 높아진 잣대에 맞춰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