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격수 오지환.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8점을 내줬다. 그래도 류지현 감독의 오지환(31·LG)에 대한 신뢰는 굳건했다.
LG는 5일 잠실 KT전에서 0-11로 대패했다. LG는 주말 두 경기 차이 앞서는 1위 KT를 만나 2연전을 치렀다. 모두 이겼다면 시즌 55승, 승률 0.591로 시즌 57승 승률 0.588이 됐을 KT에 앞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LG는 되려 두 경기를 모두 KT에 내줬다. 양 팀의 격차는 네 경기까지 벌어졌다.
5일 경기에서는 3회 초 8실점이 치명적이었다. LG는 경기 초반부터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KT에 내줬다. 8점까지 내주는 과정에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판단 미스도 있었다. LG는 3회 초 허도환에게 중견수 뒤 2루타, 심우준에게 우익수 앞 1루타를 허용했다. 대량 실점까지는 피할 수 있었지만 송구 하나에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잃은 게 컸다. 마운드에 있던 김윤식은 무사 1, 3루 상황에서 후속 타자 조용호에게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유격수가 2루 베이스 바로 앞에서 잡아 병살을 만들기 최적의 타구였다.
하지만 오지환의 선택은 병살이 아닌 홈으로 향하는 허도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송구가 옆으로 빗나가 허도환도 잡지 못하고 실점만 기록했다. 실점이 끝이 아니었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KT 중심 타선이 김윤식을 기다렸다. 김윤식은 강백호에게만 땅볼을 유도했을 뿐, 황재균의 적시 1루타, 배정대의 자동 고의4구, 문상철의 밀어내기 볼넷, 박경수의 싹쓸이 적시 2루타를 맞았다. 결국 김윤식은 마운드를 내려갔고, LG는 넘어간 분위기를 되찾지 못하면서 반전 없이 추가 실점만 허용한 채 0-11로 경기를 마쳤다.
순위 경쟁팀 상대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만들었다.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사령탑의 신뢰는 굳건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7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지환 덕분에 이긴 경기가 더 많다”며 주전 유격수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류 감독은 그날 홈 송구에 대해 “정석적인 플레이는 아니다.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빨리 마칠 수도 있었다”면서도 “선두 주자(허도환)가 느려서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이어 “잘하려다가 그런 것이다. 오지환 덕분에 이긴 경기가 더 많다. 수비로 많이 도와준 덕에 실점을 안 해왔다”라며 “1-2위 간 대결이라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따로 얘기는 안 했고 앞으로도 자기 역할을 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지환은 커리어 내내 LG 수비의 중심이었다. 신인 시절엔 치명적인 실책으로 경기를 지배한다며 ‘오지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있었다. 그러나 특유의 운동 신경을 발휘하며 2012년 이후 매년 100경기 이상 출전해 LG 내야를 지키고 있다. 2017년(830⅔이닝)을 제외하면 매년 930이닝 이상을 유격수로 소화하고 있다. 2010년대 LG 내야의 중심을 홀로 지켰다고 해도 무방하다.
올 시즌에도 타격은 타율 0.253·6홈런·OPS 0.702로 부진하지만 수비수 오지환은 변함없다. 수비 이닝이 벌써 702⅔이닝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유격수 중 5위 기록이다. 오지환보다 수비 이닝이 많은 유격수는 김혜성(키움·820⅔이닝), 심우준(KT·723⅓이닝), 딕슨 마차도(롯데·705⅓이닝), 박찬호(KIA·705⅓이닝)뿐이다. 모두 어린 20대 후배거나 외국인 선수뿐이다. 올 시즌으로 13년 차를 맞이한 오지환이지만, 당당히 이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비의 질도 나쁘지 않다. KBO리그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수비율(0.976), RAA(수비득점기여·7.42) 등 여러 수비 지표에서 유격수 1, 2위를 다툰다. 한 시즌 단위로 100% 신뢰하긴 어려운 기록이지만, 그가 여전히 정상급 수비수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류 감독이 1경기의 판단 미스로 오지환을 의심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