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1루수 박병호. 고척=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이정후(23)가 복귀한 날, 박병호(35·이상 키움)가 타선에 불을 붙였다. 빈공에 시달렸던 키움이 시즌 후반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키움은 9일 고척 KIA전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이날 키움은 경기 중반까지 1득점으로 빈공에 시달렸다. 하지만 8회 말 KIA의 필승 셋업맨 장현식을 상대로 타선이 3득점을 단번에 뽑아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역전의 시작은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8회 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와 장현식이 던진 2구 149㎞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 동점 솔로홈런(시즌 14호)을 기록했다. 박병호의 홈런으로 패배 위기에서 벗어난 키움 타선은 바로 불이 붙었다. 후속 타자 김혜성·변상권·김웅빈이 1루타, 3루타, 1루타를 연속으로 쳐서 2점을 추가해 경기를 단번에 뒤집었다. 최근 13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던 KIA의 셋업맨 장현식을 상대로 의미 있는 빅 이닝을 만들었다.
경기 후 박병호는 “점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출루하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좋은 타이밍에 좋은 스윙이 나오면서 좋은 홈런으로 연결됐다”며 “바깥쪽 코스로 온 공을 결대로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동점 홈런을 친 소감을 전했다. 박병호는 이어 “홈런 이후로도 타자들이 점수를 잘 내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역전까지 일궈낸 후배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이날 전까지 박병호는 올 시즌 타율 0.209 13홈런으로 부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후반기에 들어서도 마찬가지. 8월 타율 0.154, 9월 타율 0.136으로 오히려 성적이 악화하고 있었다. 박병호가 중심을 잃으면서 키움도 타선 빈공에 시달렸다. 이날 전까지 키움의 팀 타격 순위는 타율 0.255(7위), 66홈런(8위), 516득점(6위)으로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김하성(샌디에이고)이 떠났고, 박병호가 부진한 데다 외국인 타자로 뽑았던 데이비드 프레이타스가 실패하고 팀을 떠났다. 장타력이 각성한 박동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장타자가 없어 대량 득점이 쉽지 않았다. 여기에 리그 최고의 콘택트를 자랑하는 이정후까지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타선의 중심이 잡혀야 반전도 가능하다. 계기는 충분하다. 먼저 새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익의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지난달 중순 KBO리그에 합류한 크레익은 9월 들어 타율 0.393 2루타 3개 홈런 1개를 치며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9일 경기에서도 2번 타자 1루수로 나서 멀티 히트를 치며 상위 타선의 공격을 이끌었다.
키움 외야수 이정후. 키움제공 기다리던 이정후도 복귀했다. 이날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정후의 10일 복귀를 예고했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에 따라 9일 하루 먼저 1군 엔트리에 등록을 마쳤다. 2군에서 몸 상태와 타격감 조율은 이미 마쳤다. 10일 선발 타자로 복귀해 본래 자리였던 3번 타자로 제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타선의 마지막 퍼즐은 결국 박병호다. 이정후와 크레익이 기대만큼의 중장거리 타격을 보여주고 박동원과 박병호가 장타자로 한 방을 보여주면 키움 나름의 승리 공식을 구축할 수 있다. 홍원기 감독 역시 이정후 복귀를 두고 “중심 타순에서 타점을 많이 올려준다면 우리 필승조가 어느 팀보다도 더 강하다고 생각하기에 후반기 버티면서 가보겠다”면서 중심 타선의 안정화를 향후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홍 감독의 구상은 필승조 조상훈과 김태훈이 걸어 잠갔고, 박병호가 홈런을 치면서 승리의 기반을 만들어낸 9일 경기 내용 그대로다. 남은 시즌 동안 성공할지 여부 역시 박병호와 이정후의 활약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