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은 지난 8일 키움전부터 12일 LG전까지 6경기 동안 4개의 결승타를 날렸다. 8일 키움전에선 1회 1사 주자 2, 3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쳤고, 9일 NC전에선 1회 1사 1, 2루에서 결승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12일 LG와 더블헤더 경기에선 2경기 모두 키플레이어였다. 1차전에선 1회 2사 주자 2루에서 좌전 2루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고, 2차전에서 6회 2사 주자 1, 2루에서 대타로 나와 역전 3점포를 날렸다.
지난주 김재환은 타율 0.350, 2홈런, 9타점 등으로 불방망이를 자랑했다. 지난 7일까지 결승타 6개로 이 부문 20위 밖에 머물러 있던 김재환은 올 시즌 10개의 결승타를 날려 공동 3위로 뛰어올랐다. 두산에선 가장 많은 결승타를 기록하고 있다. 김재환이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주면서 두산은 5승 1무를 기록해 주간 1위를 달렸다. 더불어 가을야구 경쟁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13일 기준 5위 NC와 SSG를 0.5경기 차로 바짝 쫓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4번 타자 김재환이 잘 쳐줘서 팀이 올라오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재환은 올 시즌 초반부터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좀 더 가볍게 치려고 하다가 방망이 머리 부분이 흔들리면서 타격 타이밍이 안 맞았다. 전반기에 68경기에 나와 타율 0.271, 16홈런, 58홈런을 기록했다. 4번 타자로서 보여줘야 할 파괴력은 다소 떨어졌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점점 타격감이 올라오더니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 들어 힘이 붙었다. 9월 월간 타율 0.350, 2홈런, 12타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038로 전체 6위다.
올해 김재환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그와 함께 두산 장타력을 이끌어주던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겼다. 하지만 김재환은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다른 타자들의 장타력을 키우는데 조력자로 나섰다. LG에서 온 양석환의 타격 훈련을 꼼꼼하게 체크해 조언해줬다. 양석환은 "김재환 형이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재환이 주춤한 사이 양석환은 두산의 새로운 거포로 떠올랐다.
이제 김재환도 두산의 4번 타자 위용을 되찾고 있다. 두산의 가을야구까지 이끈다면 지난 시즌 가을야구의 부진도 만회할 수 있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 NC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43(23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쳤다. 이는 역대 한국시리즈에 4번 타자로 4경기 이상 나온 선수 중 가장 낮은 타율이었다. OPS는 0.163으로 처참했다. NC 투수진과 양의지 배터리는 좌타자 김재환의 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김재환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4번 타자에 김재환을 고수했다. 올해도 김재환이 부진할 때도 믿음은 굳건했다. 올가을 김재환은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