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미란다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9.14. 두산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가 14일 잠실 KT전에서 1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선발 투수로서 임무를 완수했다. 완벽한 호투를 펼쳤지만 5회 초 3점을 내주며 선발승을 챙기는 데는 실패했다.
미란다는 14일 잠실 KT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4회 2사까지는 1볼넷 노히트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하지만 5회 2사 이후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단번에 3점을 내줬다.
초반 페이스는 완벽했다. 1회 초 KT의 선두 타자 조용호에게만 볼넷을 허용했을 뿐 4회 2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조용호가 나간 1회 역시 황재균을 유격수 병살타, 강백호를 2루수 땅볼로 잡으며 세 타자로 끝냈다. 아예 주자를 내주지 않은 2회에는 우익수 뜬공과 탈삼진 2개, 3회에는 좌익수 뜬공과 탈삼진 2개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4회에서야 첫 피안타를 허락했다. 조용호와 황재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강백호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허용하며 1회 이후 첫 주자를 내보냈다. 무너진 건 아니었다. 후속 타자 장성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4회 초 역시 무실점으로 끝냈다.
5회가 문제였다. 5회 초 마운드에 올라온 미란다는 선두 타자 배정대에게 좌측 1루타, 두 번째 타자 오윤석에게는 아예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무사 2, 3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7, 8, 9번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순이라 막을 수도 있었다. 미란다는 제라드 호잉을 루킹 삼진, 문상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선점했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했다. KT는 9번 타자 신본기가 낮게 들어오던 143㎞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 2루수 키를 넘기는 동점 적시타 때 주자 두 명이 모두 들어오면서 2-2 동점을 이뤘다. 실점은 끝이 아니었다. 미란다는 후속 타자 조용호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1루수였던 호세 페르난데스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흘리면서 2루에 있던 신본기마저 홈으로 들어와 미란다의 비자책점을 추가했다.
패전 위기에 몰린 순간이었지만 미란다는 끝까지 선발 투수 역할을 다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미란다는 선두 타자 강백호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후 장성우를 중견수 뜬공, 배정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수비 도움도 더해졌다. 배정대의 뜬공 때 포구 후 빠르게 송구해준 우익수 김인태의 도움 덕에 1루로 돌아오지 못한 강백호까지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투구 수 92개, 6이닝 2자책점으로 QS를 기록하며 선발 임무를 완수한 미란다는 7회 초에는 구원 투수 홍건희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갔다.
이날 QS를 추가하면서 미란다는 14경기 연속 QS를 기록하게 됐다. 두산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다 기록이다. 종전까지 조쉬 린드블럼(2018년)과 라울 알칸타라(2020년)가 보유했던 13경기 연속 기록을 깼다. 두산의 역대 최다 기록인 권명철 두산 2군 코치의 1995년(당시 OB) 17경기 기록과 차이도 4경기뿐이다. 역대 KBO리그 최장 기록은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의 23경기다.
6회 말엔 패전 위기를 면했지만 승리 요건까지는 채우지 못했다. 두산은 6회 말 김재환의 2루타, 강승호의 낫아웃 출루로 득점 기회를 만들며 KT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흔들었다. 결국 KT 마운드가 데스파이네에서 박시영으로 바뀌었지만, 두산은 강승호와 김재환의 더블 스틸로 동점을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