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과 조바심을 다스릴 줄 안다. 홍창기(28·LG)가 풀타임 2년 차에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한 이유다.
홍창기는 지난주 출전한 6경기 중 5경기에서 멀티 출루를 기록했다. 시즌 출루율을 0.459까지 끌어올렸다.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를 제치고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섰다. 타격 기록도 좋다. 타율(0.333)과 득점(81개)은 리그 4위, 최다 안타(137개) 6위, 볼넷(85개)은 2위에 올라 있다. 홍창기는 LG 리드오프로서 최대한 많이 출루해야 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2016년 LG에 입단한 홍창기는 2019년까지 무명이었다. 1군 출전 38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존의 주전 외야수 이형종과 이천웅이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기회를 얻었다. 탁월한 선구안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차기 '출루 기계'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어느덧 LG의 1번 타자·중견수를 꿰찼다. 지난 시즌 그는 타율 0.279·출루율 0.411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리그 6위였다.
올 시즌은 타격 능력이 더 향상됐다. 초구나 2구 공략에 인색했던 지난해와 달리, 적극적인 타격으로 상대 투수를 압박했다. 히팅 포인트를 앞(투수 쪽)에 두는 타격 메커니즘을 익힌 뒤 타구 속도와 비거리가 늘어났다. 선구안도 여전히 뛰어나다.
기술만큼이나 멘털 관리 능력도 좋아졌다. 부진한 경기 뒤에도 바로 평정심을 되찾는 '회복 탄력성'이 좋아졌다. 홍창기는 "백업 선수였을 때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지금은 꾸준히 타석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더 길게 보고 있다"며 "한 경기 결과만 보면 너무 힘들 수 있다. 1주일 또는 10타석 단위로 끊어서 나를 바라본다. 심적으로 쫓기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 못했더라도 '그전에 잘했으니 괜찮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홍창기는 데뷔 처음으로 개인 타이틀(출루율)에 도전하고 있다.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도 기대된다. 하지만 욕심내지 않는다. 홍창기는 "상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겠는가. 아직 남은 경기가 많다. 의식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출루율도 5위 안에만 들어도 좋다"라고 말했다.
홍창기는 자신에게 엄격하다. 아직은 수년 동안 정상급 외야수로 평가된 선수들과 견줄 수준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는 "작년보다는 더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상위 클래스 선수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년, 후년에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계속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력만큼이나 성숙한 멘털을 갖춘 홍창기에게 '2년 차 징크스'는 남의 일이다. 성장도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