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지난 25일 대구 NC전에서 시즌 35세이브째를 올렸다. 1-0으로 앞선 8회 초 2사 1, 3루에서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 쾌투로 팀 승리를 지켰다. 눈여겨볼 부분은 그의 구속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문자중계에 찍힌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41㎞/h에 불과했다.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오승환의 9월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3.5㎞/h다. 올 시즌 개막 후 월별 최저 기록. 7월 145.7㎞/h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속했다. 4, 5월 149㎞/h를 넘나들던 최고구속도 이번 달 147.6㎞/h까지 떨어졌다. 전성기 150㎞/h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던져 타자를 힘으로 압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올 시즌 KBO리그는 후반기 연장전을 한시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최대 12회까지 연장 대결을 벌였지만, 지금은 동점이더라도 9회 경기가 끝난다. 이로 인해 구단마다 불펜 운영이 달라졌다. 연장전을 고려해 마무리 투수 기용을 최대한 뒤로 미루던 이전과 달리 과감하게 8회 기용한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오승환을 마운드에 세우는 시점이 빨라졌다.
오승환은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1⅓이닝 세이브를 따내고 하루 휴식 뒤 23일 잠실 LG전에서 ⅔이닝 세이브를 올렸다. 이어 25일 NC전에서 또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졌다. 그는 27일까지 53경기에 등판, 50⅓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총 827개. 정규시즌 종료까지 23경기가 더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소화 이닝(47⅔이닝)과 투구 수(790개)를 넘어섰다. 구속 저하는 허투루 볼 사안이 아니다. 오승환은 6월 월간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88로 낮았다. 7월과 8월에도 1.00, 0.75로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9월 월간 WHIP가 1.63까지 치솟았다. 8월 4.05개이던 9이닝 환산 피안타는 9월 10.13개까지 늘었다. 패스트볼 위력이 떨어진 만큼 타자를 상대하는 게 버겁다.
오승환은 여전히 패스트볼 승부를 즐긴다. 8월 전체 구종 대비 40%였던 패스트볼 비율을 이번 달 50.4%까지 끌어올렸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자신감은 여전하다. 포크볼 비율을 낮춰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린다. 상황에 따른 투구 레퍼토리 변화도 유연하다. 25일 NC전에선 구속 저하를 직감한 탓인지 9회 패스트볼을 거의 던지지 않고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경기를 끝냈다. 그만큼 노련하다. 하지만 부족한 구속을 경험으로 채우는 데 한계가 있다. 등판 횟수가 더 잦아지면 구속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에 대한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속은 시즌을 치르면서 떨어질 수 있다. 어느 투수나 마찬가지인데 불혹을 앞둔 오승환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