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국내 자본의 스타트업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자본이 성장하고 있는 유통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안정적인 신생기업 성장과 고용 창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30일 KDB산업은행의 신생기업 투자 연결장 '넥스트 라운드' 500회 기념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올랐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2∼3년 차 '죽음의 계곡'을 넘는 데 국내 자본이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 유통기업에 선제 투자를 하면 훨씬 더 많은 과실이 생태계 전반에 뿌려질 수 있는데 그 죽음의 계곡을 넘어가지 못해 엎어지는 회사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의 시리즈 C·D(후속) 투자에서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해준 곳은 국외 자본이었다. 유통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신생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했을 때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어마어마한데 국내 자본이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국외 자본은 국내 기업에 투자한 뒤 일정 기간이 되면 자본 회수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김 대표 역시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6년 17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올해는 매출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컬리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샛별배송'을 전국권으로 확대하고 있고, 가전제품 및 화장품까지 취급품목을 늘리면서 무난한 외형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2018~2019년 매월 20%씩 성장하던 시기에 산업은행이 공급사 전자외상매출담보대출과 시설담보자금대출 직접 투자를 한 것이 도움됐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마켓컬리는 올해 초 미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국내 상장으로 선회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도 새벽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봤느냐"는 질문에 "마켓컬리는 어떤 물건이 어떻게 흘러야 가장 좋은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면서 "새벽에 물류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품에 가장 맞는 형태의 물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고객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상품 생산자와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켓컬리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와 기술이 마켓컬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통 생태계 전반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소 영세 생산자에게 이를 제공해 4차 산업혁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