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흉측한 외모의 가상 종족인 ‘오크’ 중 하나는 하비 와인스타인(69)을 본떠 제작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와인스타인은 3년 전 미국에서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를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급 영화 제작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최근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주인공 ‘프로도’ 역을 맡았던 배우 일라이저 우드가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원작 소설 작가인 J.R.R. 톨킨은 오크를 “누런 피부에 음흉한 얼굴을 가진 악의 종족”으로 규정했다.
해당 팟캐스트 방송에서 우드는 “이제 와인스타인은 감옥에 있다. 이런 말을 해도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에 나왔던 오크들의 얼굴 중 하나는 그를 비난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많은 여성들에게) 성적 가해를 한 사람에 대한 메시지다. 또 피터 잭슨 감독은 와인스타인이 영화 제작의 많은 부분에 부당한 간섭을 하는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우드에 따르면 잭슨 감독은 와인스타인이 설립한 ‘미라맥스’와 영화 제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초 2부작이었던 영화를 4시간 분량의 영화 한 편으로 압축하라고 요구받았다. 또 와인스타인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쿠엔틴 타란티노 등 다른 유명 감독을 기용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잭슨 감독은 와인스타인이 자신이 성추행한 배우들의 캐스팅을 막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한 뉴질랜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이 자신이 성희롱했던 미라 소르비노와 애슐리 주드를 캐스팅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며 “그가 두 배우와 일하는 건 악몽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두 재능 있는 여성에 대한 거짓 정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소르비노는 트위터에 “하비 와인스타인이 내 커리어를 망쳤다. 눈물이 난다”고 적었다.
이후 3부작으로 제작된 반지의 제왕은 박스 오피스에서만 29억2000만 달러(약 3조4771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촬영지인 뉴질랜드는 관광객 수가 연평균 5.6%씩 증가하며 경제학에선 영화를 통해 얻는 막대한 경제 효과를 ‘프로도 효과’로 명명했다.
한편, 90명 이상의 배우와 스태프에 성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와인스타인은 강간 등 혐의로 지난해 3월 징역 23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