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대표팀 동료를 비하하고 고의 충돌 의혹에 휩싸인 심석희(24·서울시청)의 대한민국체육상 시상이 보류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2일 “심석희의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 시상을 보류했다. 일단 시상식에서 지도자 등 다른 상들만 시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963년 제정된 대한민국체육상은 매년 우수 선수, 지도자, 체육진흥 및 연구 등 9개 분야에서 공적이 있는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선수 최고의 영예인 경기상을 작년에는 ‘배구 여제’ 김연경(33)이 받았다.
문체부는 15일 59회 대한민국체육상 시상식에서 경기상을 심석희에게 수여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중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황선우(수영), 최인정(펜싱), 이종경(장애인아이스하키) 등을 제치고 심석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심석희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씩 따는 등 국제대회 성적이 좋고, 성폭행 폭로 등 체육계 어두운 면을 밝힌 노력을 인정했다.
당시만 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었지만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 8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를 비하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도하면서다. 최민정을 브래드버리로 만들겠다는 내용도 공개해 고의 충돌 의혹도 불거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장 기사 만으로는 (취소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한빙상연맹 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 ‘최소’란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취소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체육상 심사위원회 규정 결격사유에는 ‘기타, 각종 비위, 부조리 및 도덕성에 흠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행위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정부포상이 합당치 않다고 판단되는 자’란 내용이 있다. ‘부조리 및 도덕성에 흠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행위’ 부분은 심석희에게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빙상연맹 조사 결과에 따라 심석희의 수상 취소가 최종 확정될 수 있다. 심석희가 명명백백 의혹을 해소한다면 나중에 별도로 상을 주는 방안이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빙상결과에 따라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최종결정권을 지닌 문체부 장관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취소 결정을 내리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의원에게 심석희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 회장은 고의성 여부에 대해 “고의성을 가지고 선수들이 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 수상에 대해 “빙상연맹과 체육회가 조사하기 위한 팀을 구성했다.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심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연금 수여에 대해 “모든 문제들의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고, 국가대표 자격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나이키 공식 인스타그램은 4일 전 심석희 영상을 게재하며 “쇼트트랙 여왕이자 학대에서 생종한 용감한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게시물은 아직 그대로다. 심석희는 디스패치 보도 후 논란을 의식했는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나이키 홍보 게시물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