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의 인기 SF시리즈 ‘스타트렉’의 제임스 커크 선장을 연기한 90세의 배우 윌리엄 샤트너가 실제 우주인이 됐다.
샤트너는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미국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 우주선을 타고 10분간 우주여행에 나섰다. 당초 이 우주여행은 13일 예정됐으나 발사장이 위치한 텍사스주 밴혼의 기상 문제로 하루 연기됐다.
이번 발사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블루 오리진의 두 번째 우주여행이다. 블루 오리진은 지난 7월 20일 베이조스 등 민간인 승객 4명을 태운 로켓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발사에 앞서 블루 오리진이 밝힌 샤트너의 우주여행은 첫 번째 비행과 같은 경로로 이뤄진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넘어 약 3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지구로 복귀하는 여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스타트렉’의 명대사 ‘우주, 최후의 개척지’(Space, The Final Frontier)를 인용하면서 샤트너가 극 중 묘사했던 임무를 실제 수행한다고 전했다. 샤트너는 극 중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지휘하며 은하 곳곳을 누볐지만, 블루 오리진이 제공하는 현실 우주여행은 대략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 로켓 발사부터 착륙까지 전 과정이 자동으로 제어되기 때문에 ‘스타트렉’처럼 선장이 명령을 내리고 승무원들이 계기판을 조작하는 광경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샤트너는 최근 NBC 방송에 출연해 “우주의 광활함과 지구의 놀라운 기적을 보게 될 것이고 우주와 비교해 우리 지구가 얼마나 연약한지도 보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모험에 설레면서도 약간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우주여행에는 샤트너 외 3명의 탑승자가 더 있다. 탑승객은 전직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크리스 보슈이즌, 의료 분야 기업인 글렌 더프리스, 블루 오리진 부사장 오드리 파워스다. 블루 오리진은 탑승객이 우주여행에 얼마나 돈을 지불했는지, 무료 승객이 있는지 등에 대해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로켓 발사가 최근 불거진 안전성 논란 속에서 이뤄져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블루 오리진의 전·현 직원 21명은 지난달 말 내부고발 사이트를 통해 베이조스 등 경영진이 스페이스X와 버진 갤럭틱 등 다른 우주 기업과의 경쟁에 매몰돼 로켓 품질 관리와 안전 문제를 무시하고 속도와 비용 절감을 우선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블루 오리진 직원들의 폭로 이후 “모든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