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촘촘한 감정의 기승전결 연기로 시청자들을 완전하게 몰입시켰다.
전도연은 현재 방영 중인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지난 16일 방송된 '인간실격' 13회에서 전도연은 류준열(강재)과의 하루를 떠올리면서 미묘한 떨림을, 박지영(아란)과의 정면 대면에서는 일촉즉발 긴장감을 드러내며 장면마다 차원이 다른 연기결로 안방극장을 집중시켰다.
극 중 전도연은 류준열과 헤어진 후 서울행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 가사 도우미 VIP팀장에게서 병원에 입원한 이세나(지나)를 위해 병원으로 출근할 수 있겠냐는 문의를 받았다. 전도연은 이세나가 오광록(진섭)에게 폭행을 당해 만신창이가 됐던 때를 떠올리며 이세나의 상태를 묻는 등 걱정스러움을 내비쳤다.
이후 전도연은 VIP팀장을 만나 이세나의 병실로 향했고, 이동하는 동안 '이부정 씨 은하수가 도착해서 전달드립니다. 이강재 드림'이라는 문자와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받았다. 전도연은 VIP팀장의 눈길을 피해 혼자 있게 된 후에야 메신저 창을 열어 사진을 확인했고, 류준열과 함께했던 그날 밤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듯, 천천히 은하수 사진들과 일출의 순간들이 담긴 사진을 살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나란히 서서 일출을 보고 있는 자신과 류준열의 사진에 눈길을 멈췄던 터. 일출을 보는 자신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류준열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시킨 전도연은 류준열과 헤어지던 버스 터미널을 회상했다.
터미널에 서울행 버스가 들어오자 전도연은 "미안해요. 괜히 먼 데까지 불러 놓고 혼자 집에 간다고 그래서요. 의리 없이"라고 사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전도연은 지웠던 번호를 다시 저장하려는 류준열이 뭐라고 저장하냐고 묻자 "이부정이 또 있는 거 아니면... 그냥 이름인 게 좋아요"라며 류준열로부터 얻게 된 삶의 의지만큼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피력했다. 전도연은 자신의 이름을 연락처로 저장하는 류준열을 가만히 바라본 후 짧은 인사와 함께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고 "서울에서 봐요"라는 류준열의 말에 망설여지는 듯 천천히 버스에 올라 애잔함을 더했다.
그 후 사진 속 추억에서 깬 전도연은 이세나의 병실에 유명하신 분이 와서 더 대기해야 한다는 VIP팀장의 말을 듣고는 혹시 오광록과 만나게 될까 걱정하던 차에, 갑자기 도서출판 기린이라는 발신명의 전화에 놀라했다. 전도연이 갑자기 심장이 뛰는 듯 수신 거절을 눌러버린 후 머뭇거리던 찰나 표절 관련 메시지가 도착했던 것. 하지만 떨리는 마음에 문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전도연은 병실 앞으로 걸어오는 박지영을 발견했다. 결국 전도연을 본 박지영도 걸음을 멈춘 가운데 박지영을 보며 천천히 일어서는 전도연과 전도연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박지영의 얼굴이 교차되면서 일촉즉발 긴장감을 높였다.
이와 관련 전도연은 류준열로 인해 무의미했던 삶의 의지를 되찾은, 자신의 존재감을 발현시키는 순간부터 병원에 입원한 이세나에 대한 걱정과 연민, 박지영을 마주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감출 수 없는 찰나의 감정들까지 촘촘하게 그려내며 광폭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