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광주 KIA전에서 프로 통산 400호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는 SSG 최정. [사진 SSG 랜더스] 홈런은 '야구의 꽃'으로 통한다. SSG 간판타자 최정(34)은 벌써 400번이나 야구장에 꽃을 피웠다. KBO리그 홈런 역사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이승엽(전 삼성·2017년 은퇴)에 이어 또 다른 '홈런 전설'의 시작을 이미 예고했다.
최정은 지난 19일 광주 KIA전에서 프로 통산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팀이 3-4로 뒤진 4회 초 2사 후 KIA 선발 보 다카하시의 6구째 직구(시속 149㎞)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최정이 프로 17번째 시즌 만에 터트린 400번째 홈런이었다.
KBO리그에서 홈런 400개를 넘긴 선수는 이승엽(467개)이 유일하다. 최정은 역대 두 번째이자 오른손 타자로는 최초로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또 19일 기준으로 올 시즌 홈런 32개를 기록하게 돼 NC 나성범(32개)과 팽팽한 홈런왕 경쟁도 이어나갔다.
최정은 SSG(전신 SK 포함)가 자랑하는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7년 1차 지명 선수 김광현과 2005년 1차 지명 선수 최정이 나란히 투타 대표 간판스타로 자란 건 SSG 구단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입단 첫해인 2005년 야구가 잘 안 풀려 스위치 히터 훈련을 받기도 했던 최정은 2년 차인 2006년 홈런 12개를 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면서 '소년 장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어 2010년엔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고, 2016년과 2017년엔 2년 연속 40홈런을 넘겨 홈런왕에 올랐다. 2017년 기록한 홈런 46개는 역대 SSG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이자 KBO리그 3루수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기념비적인 홈런 기록도 많이 남겼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SSG 창단 첫 홈런을 때려낸 타자가 바로 최정이다. 2017년 4월 8일 인천 NC전에서는 시즌 2~5호 홈런을 한꺼번에 때려내 역대 세 번째 한 경기 4홈런 기록도 만들어냈다. 당시 개막 6연패에 빠졌던 팀의 시즌 첫 승을 만들어 낸 홈런들이라 더 값졌다.
무엇보다 최정은 홈런을 가장 꾸준하게 기복 없이 치는 타자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12시즌 동안, 부상으로 100경기를 채우지 못한 2014~2015년을 제외한 10시즌에 20홈런을 넘겼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는 6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고 있고, 이 중 5번은 30홈런을 돌파했다.
기록 달성 페이스도 빠르다. 그는 2018시즌 도중 300홈런 고지를 밟은 뒤 2019년 29개, 지난해 33개를 각각 쌓아 올렸다. 올해 32개를 채우면서 빠른 속도로 통산 400홈런 이정표를 세웠다. 최정이 이승엽의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 KBO리그 최초로 통산 50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최정은 2019시즌을 앞두고 SSG와 6년 총액 106억원에 계약했다. 30대 초반에 원 소속구단과 6년 계약을 한 건 "이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아직 그 계약이 3년 더 남았고, 계약이 끝나도 37세다. 최정에게는 앞으로 홈런 100개를 더 채울 힘과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몸"이라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