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 점퍼'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옷이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색 소매가 번쩍거리는 이 점퍼는 무척 두꺼워서 쌀쌀한 바람이 부는 10월의 야구장을 덥히기에 충분하다.
LG가 마지막으로 왕좌에 오른 1994년, 선수단은 유광 점퍼를 갑옷처럼 입고 가을의 더그아웃에서 환호했다. LG가 긴 암흑기를 통과하던 2000년대에는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는 옷'으로 불리면서 한 맺힌 서사를 쌓았다. LG 선수들은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나가겠다"는 약속을 "팬들이 유광 점퍼를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로 대신한다.
잠실구장에 바로 그 '유광 점퍼'가 다시 등장했다. 정부가 지난 15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인 수도권 지역에도 스포츠 경기장 '백신 패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사람에 한해 총 관중석 규모의 30%까지 입장할 수 있게 됐다.
LG 역시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100일 만에 관중을 맞았다. 지난 7월 11일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마지막으로 잠실구장에 왔던 야구팬들은 어느새 두꺼운 겉옷 차림으로 출입구 앞에 줄을 섰다. 특히 LG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유광 점퍼를 꺼내 입고 1루 쪽 관중석을 채웠다.
방역은 여전히 엄중했다. 일단 1층에서 백신 접종 날짜가 찍힌 접종 확인서를 제시한 뒤 체온을 체크하는 게 먼저다. 정상 체온이 나와도 붙이는 체온계를 발급 받아야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체온이 정상 기준치(37.5℃)를 넘으면 자동으로 붉게 변하는 제품이다. 2층에서는 콜 체크인을 통해 방문 등록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입장권을 확인했다. 입구를 최종 통과하면 안전요원이 관중석에서 적절히 거리를 두고 띄어 앉도록 안내했다.
여전히 관중석엔 빈자리가 많다. LG의 잠실 홈 경기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총 7405명. 19일 경기 전까지 입장권 1570장이 예매됐고, 최종 관중은 1624명으로 집계됐다. 3개월 여 만에 관중석 빗장이 풀린 날치고는 기대를 밑도는 수치다. LG가 선두권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 걸 고려하면 더 그랬다. 두 번째 날인 20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날과 비슷한 1500 여 장이 예매됐다.
LG는 "이 정도 관중도 충분히 고무적"이라며 희망을 찾았다. 류지현 LG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다. 잠실에 모인 홈 팬들이 응원의 박수를 쳐 주시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이 잘 전달될 것 같다"고 반겼다.
LG 관계자는 "아직은 시기상 20~40대 중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사람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며 "입장 요건을 갖춘 팬이 1~2주 사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마지막 주인 다음 주쯤에는 관중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