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맹공을 퍼부었던 올해 국정감사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불공정 거래와 직장 내 괴롭힘 등 굵직한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재발 방지에 나선 양대 포털의 온도차가 확연하다. 곧장 대책 마련에 나선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카카오, 생태계 개선 노력 앞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일 작가 생태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일 국감에서 플랫폼 내 콘텐트 사업자가 웹소설·웹툰 작가들로부터 수수료를 과하게 떼어간다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아직 성장단계인 콘텐트 제공자에도 최소 60%의 수익 배분율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선투자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에도 '이벤트 캐시' 정산분을 5% 넘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벤트 캐시는 작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카카오페이지가 이용자에게 주는 무상 포인트다.
그러면서 회사와 작가 간 이견이 갈렸던 정산율 구조 일부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올해 1~8월 카카오페이지의 선투자 작품 누적 정산율 집계를 보면, 실제 콘텐트 결제분(55%)과 이벤트 캐시 등 정산분(14%)을 합쳐 총 69%의 수익이 콘텐트 제공자에게 배분됐다. 이외 결제 수수료가 8%, 카카오엔터의 수익배분율이 23%다.
플랫폼 갑질의 중심에 있었던 모빌리티 등 주력 사업의 상생안도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고, 압도적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비가맹 택시를 차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미 카카오는 5년간 파트너 상생기금 3000억원 조성과 '카카오T' 택시 스마트 호출 서비스 폐지, 꽃·간식 배달 등 골목상권 사업 철수 등을 약속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계열사 대표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의장은 이번 국감에 3번이나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계속해서 출석하며 바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국감 지적에 대한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성원 회의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국감과 맞물려 의미가 더해졌다"며 "추가 상생안 발표가 언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네이버, 경영 쇄신안 감감무소식
국감 전후로 바쁘게 움직이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와 소통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대책 발표는 미루고 있다.
네이버의 국감 최대 현안은 지난 5월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다. 네이버 지도를 개발하는 직원이 직속 임원의 폭언과 부당한 업무 지시를 견디지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52.7%)이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 이상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노조는 가해 임원을 감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사임과 공동 대응기구 구축 등을 요구했지만, 네이버는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겠다는 형식적인 답만 내놨다.
업무 복잡도와 변화 속도가 CXO(CEO·CFO·COO·CCO) 4인의 책임감을 압도한다며 경영 쇄신을 예고했지만 연말을 앞둔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6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동료들에게 거듭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명확한 계획이나 재발 방지책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사 공동 사내기구를 구축하고, 초과근무 방지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연내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19일 한성숙 대표가 직원 사망 사건 이후 처음으로 노조 교섭위원들과 만나 진지하게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기구 설치와 같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아직 전해 들은 내용이 없다. 신뢰를 쌓기 위한 대화가 먼저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