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연내 출시를 준비해왔던 '제네시스 G90'과 기아 '니로' 후속 모델 생산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애초 두 신차는 이번 4분기 중 초도 물량 생산이 계획돼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출시를 연기한 것은 현재 생산 차종조차 생산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신차를 투입하기는 무리라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공급 지연에 대해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GM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사전계약까지 마친 전기차 ‘볼트EV’를 포함해 ‘이쿼녹스’ ‘트래버스’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의 신차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쌍용자동차 역시 최근 유럽에 수출을 시작한 첫 번째 전기차 ‘코란도 e-모션’의 국내 출시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문제는 신차 출시 지연뿐만이 아니다.
기존 차량 생산 차질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차량 출고 장기화와 차량 가격 상승 등 소비자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현재 현대차의 세단이나 SUV, 상용차 등을 지금 구매해도 인도를 받는 데 평균 1∼4개월 정도가 걸리고 있다.
인기 모델인 기아의 '카니발' 'K8'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은 7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아이오닉5'나 '포터 일렉트릭' 등 전기차는 언제 차를 받을 수 있을지 예상조차 안 될 정도다.
급기야 차를 빨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인기 차종의 중고차 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보인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달 2018년식 기준 현대차 팰리세이드 디젤 모델 가격은 3348만~3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최대 318만원 오른 가격이다.
이외에도 2018년식 기준 현대차 코나(88만원)와 싼타페 TM(86만원), 올 뉴 투싼(82만원)의 가격이 올랐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많아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SUV 중심으로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길어지면서 그 여파가 중고차 시장까지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과 생산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13일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 8·9월 최악의 상황을 보냈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매우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현대차는 (외부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요타는 일본 반도체 전문기업 르네사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GM·포드는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과 협력해서 차량용 반도체 물량 확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