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기대주' 황대인(25)의 성장은 올 시즌 내내 저조한 장타력에 시달린 KIA 타선에 유일한 위안이다.
KIA는 23일까지 치른 139경기에서 팀 홈런 63개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기록이다. 지난해 60홈런을 합작한 최형우와 프레스턴 터커가 각각 12홈런과 9홈런에 그치며 부진했다. 최형우는 오른 눈 질환(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터커도 시즌 내내 타격감 기복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젊은 타자가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드러냈다. 내야수 황대인이다. 그는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 5회 초, 상대 투수 김명신으로부터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쳤다. 올 시즌 10호. 데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19일 SSG전, 23일 NC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아치를 그리며 최형우와 함께 팀 내 최다 홈런(12개)을 기록한 타자로 올라섰다.
황대인은 2015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순위)에서 KIA에 지명된 유망주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 소속으로 뛴 2017시즌 퓨처스리그에서 26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뽐냈고, 지난 시즌(2020)은 1군에서 100타석 이상 소화하며 타율 0.276·4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는 오른손 투수가 선발 등판할 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플래툰 시스템'에 갇혔다. 하지만 후반기부터는 투수 유형과 상관없이 선발 1루수·4번 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늘어났다. 9월 이후 출전한 41경기에서 타율 0.256·장타율 473·7홈런·26타점을 남겼다. 이 기간 KIA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좌·우 타석 성적 편차도 줄었다. 전반기까지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211에 그쳤지만, 10월 이후에는 0.297를 기록했다.
황대인은 "꾸준히 타석 기회가 주어지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생긴 것 같다"라며 타격감이 좋아진 이유를 전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황대인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짧은 스윙으로 좋은 타구를 생산하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경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라며 반겼다. 이어 "타석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을 수비에서도 발휘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IA 주전 우익수 최원준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입대한다. 최형우, 나지완 등 30대 후반 베테랑들의 기량 저하도 우려된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은 장담할 수 없다. 공격력은 차기 시즌도 KIA의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유망주 황대인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 때려줄 타자로 기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