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오너 2·3세들이 지분을 늘리며 경영 승계를 위한 밑거름을 다지고 있다. 회사 보유지분이 적어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최근 공격적인 지분 매입으로 안정적 경영 승계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사냥에 나서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유석 일양약품 부사장이 제약 오너가 중 가장 활발한 지분 매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유석 부사장은 10월에만 모두 7차례나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 수량과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히 매수하며 야금야금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 부사장의 지분은 3.92%였다. 주가가 떨어진 4월부터 지분 매입에 나선 정 부사장은 4.06%까지 늘린 상태다.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의 21.84%에 이어 정 부사장은 2대 대주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이슈로 인해 주가가 급등했다.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일양약품의 신약 슈펙트가 다시 조명받았고, 러시아에서 임상이 진행되며 기대감을 키웠다.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가능성이 불거져 일양약품의 주가는 지난해 최고가인 1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2019년 8월 30일 1만7500원 최저가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껑충 뛴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실패로 다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27일 현재 3만1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 부사장은 2만~3만원대로 주가가 원점을 찾아가자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뿔난 주주들을 달래고 안정적인 경영 승계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었다. 올해만 20차례 이상 장내 매수를 보이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가 내년 임기가 만료된다. 정유석 부사장이 김동연 대표 후임으로 일양약품을 이끌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영 대한약품 부사장도 최근 지분을 늘렸다. 지난해 이승영 부사장의 지분은 5.77%였다. 10월 현재 0.14% 늘어난 5.91%다. 대한약품은 올해 4월 26일 4만5850원으로 최고를 찍은 뒤 최근 3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이승영 부사장도 정유석 부사장처럼 주가가 비교적 저렴한 시점에 지분을 매입했다. 10월 7일과 8일 각 1000주, 500주를 평균 2만9000원대에 매수했다. 이윤우 대한약품 회장(20.74%)에 이어 오너가 3세인 이 부사장은 2대 대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 부사장은 2002년 대한약품에 입사한 뒤 20년 동안 꾸준히 주식을 매수해왔다. 2006년 지분율이 1.12%에 그쳤지만 차근차근 지분을 늘려나갔고, 현재 6% 가까이 소유하며 지배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이 부사장의 경우 20년간 경영 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에 승계 시점을 다가왔다. 아버지 이윤구 회장이 77세 고령이라는 점에서 이 부사장이 앞으로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6년 등기임원에 오른 이 부사장은 창업주 이인실 선생의 3세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중견 제약사 2·3세들은 경영 승계를 위해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허승범 삼일제약 부회장과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도 올해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소폭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