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마법'이 만든 리그 최강의 마운드. 막내 구단 KT가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오른 원동력이다.
KT는 1군 진입 첫 시즌(2015)부터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황재균을 영입해 치른 2018시즌에는 한 단계 오른 9위에 머물렀다. '만년 최하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특히 마운드 전력이 형편없었다. 4시즌(2015~18)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5.64. 세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2018년 10월, KT는 새 판을 짰다. 선수 시절 152승(통산 3위)을 거두고, KIA·키움·두산에서 지도자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을 영입했다.
이강철 감독은 취임식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성적과 육성을 모두 잡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KT는 2019시즌 초반부터 삐걱댔다. 초반 40경기에서 27패(13승)를 당하며 10위에 그쳤다.
이강철 감독은 이 시점부터 노선을 재설정했다. 그는 "눈앞 승리에 연연할 수 없었다. 일단 투수들에게 명확한 보직을 부여하고, 확실한 주전을 구축하는 게 팀 내실을 강화하는 첫 번째 과제였다"라고 돌아봤다.
이강철 감독은 시야를 넓혔다. 이전까지 1군에서 30경기도 등판하지 않았던 배제성과 김민수를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부임 뒤 처음으로 이끌었던 마무리 캠프부터 이들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두 투수는 선발진에 안착했고, 시즌 막판까지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배제성은 KT 창단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거둔 토종 투수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불펜진도 재편했다. 2018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주권은 셋업맨으로 고정했다. 시즌 초반 선발 투수로 썼던 이대은은 마무리 투수, 종전 마무리 투수 김재윤에게는 8회 마운드를 맡겼다. 필승조를 구축한 KT 불펜진은 안정감이 생겼다. 2019시즌 후반기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2.57. 10개 구단 중 1위였다. KT는 향상된 마운드 전력을 앞세워 창단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2020시즌은 더 탄탄한 마운드를 만들었다. 선발진에는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 나타났다. 소형준이다. 이강철 감독은 "제구·구위·배포 모두 완성형 투수"라고 극찬하며, 신인 투수를 스프링캠프부터 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데뷔전부터 승리 투수가 된 소형준은 그해 1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라 감독의 파격적인 믿음에 부응했다.
불펜진도 힘이 생겼다. 주권은 2020시즌 31홀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부진한 이대은 대신 마무리 투수 임무를 이어받은 김재윤도 KT 소속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21개)를 기록했다. 새 얼굴도 발굴했다. 왼손 투수 부재를 고민하던 이강철 감독은 무명이었던 조현우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해 필승조 일원으로 성장시켰다. KT는 2020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2위에 오르며 창단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기량과 멘털 모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개개인이 의미를 부여하는 기록을 챙겨주며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2021시즌에는 군 복무를 마친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가 가세했다. '선발 야구'가 만개했다. KT 선발진은 올 시즌 선발진 승수(53승), 평균자책점(3.69), 소화 이닝(812이닝) 모두 1위에 올랐다. 타선 침체로 고전했던 10월 레이스도 선발진이 리그 1위 평균자책점(3.25)을 기록하며 버틸 수 있었다. 오프시즌 영입한 불펜 투수들도 고비마다 존재감을 발휘했다.
약점이었던 마운드는 이제 KT의 야구를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으로 진화했다. 이강철 감독이 팀을 바꿔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