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명필름아트센터에서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임순례 감독)' 개봉 20주년 기념 상영회가 개최됐다.
이번 상영회는 필름으로 촬영된 원본을 4K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버전으로 진행됐고, 임순례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원상, 박해일이 직접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캐스팅 비하인드를 묻는 질문에 임순례 감독은 “박원상은 전작 '세친구'에서 인연으로 캐스팅 하게 됐다. 원래 선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 반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박해일은 조감독이 연극 '청춘예찬'을 보고, '고등학생 연기를 잘 하는 친구가 있다'고 추천해서 만나게 됐다. 연극을 보고 난 후에 박해일의 연기에 매료돼 만난 자리에서 캐스팅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임 감독은 영화 속 밴드라는 설정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충주의 한 고등학교의 경험담을 듣고 구상하게 됐다. 10대 때 가지고 있던 꿈이 원대하고, 이상적이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다 보면 마모가 된다. 세계적인 일류 밴드를 꿈꿨던 학생들이 20년 뒤에 캬바레에서 반주자로 일하는 극명한 대비를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밴드라는 설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던 대사처럼, 좋아하는 일을 여전히 하고 있는데 행복하냐"는 질문에 박원상은 “세월이 적지 않게 흘렀음에도 제일 좋아하는 일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해일은 “여러분이 이 영화를 통해 행복함을 느낀다면, 우리 역시 행복할 것”, 임순례 감독은 “영화 속 수철이 성우에게 행복한지 묻는 질문이 사실 나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20년만에 다시 본 '와이키키 브라더스' 감상평에 대해서는 박원상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록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년 전보다는 세상을 더 살았기 때문에 스쳐가는 생각들이 많지만, 10년 뒤에 영화를 다시 보더라도 낯설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박해일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내 영화 연기 2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20대에 참여한 작품을 주인공 성우와 같은 40대가 되어서 다시 보니 묘하게 느껴진다. 굉장히 현실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과 오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임순례 감독은 “10편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었지만, 너 자신이 가장 많이 반영된 영화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표작으로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꼽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또한 "많은 관객들에게 인생영화로 꼽히며 사랑을 받아온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어떤 의미로 남아있냐"는 물음에 박원상은 “연극을 하다가 영화를 할 수 있게 동기를 만들어 준 작품이고, 개인 박원상에게 아주 분명한 기록으로 남는 작품이다. 누군가 나에게 대표작을 묻는다면 나 역시 '와이키키 브라더스'라고 대답한다. 세월이 흘러도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박해일은 “살다보면 누구나 힘들 때가 있다. 그때 이 작품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여러분도 힘들 때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기운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봉 당시 ‘와.사.모’('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사랑하는 모임)를 형성하며 열정적인 팬덤을 구축했던 회원들은 20년이 지난 후에도 기념 상영회에 참석해 감독, 배우들과 추억을 나누는 등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